인간의 절망에는 끝이 없고,
포기로는 절망을 끝내지 못한다.
스스로 기운을 차려서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라.
- 비트겐슈타인
20대 때 제 인생 최대의 과제는 아버지였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싫었습니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였던 아버지는 권위적이고 화가 많았습니다.
자식들에게 애정이 많았고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 하셨지만, 저희 남매는 아버지의 애정이 많이 부담스러웠습니다. 당신은 늘 옳았고, 우리는 그런 아버지의 말에 무조건 따라야 했습니다.
당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우리를 사랑하는 건 알겠어. 그러나 제발! 당신 방식대로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막내였던 저는 유일하게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존재였습니다. 반항이라기보다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몸부림이었습니다.
저의 몸부림이 커질수록 갈등은 점점 깊어졌습니다. 갈등을 풀기 위해 1년간 썼던 일기를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기도 했지만, 관계는 점점 나빠져만 갔습니다.
20대 후반부터 마음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정토회의 깨달음의 장을 시작으로, 동사섭, 가족 세우기, 에니어그램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와의 관계는 제자리 걸음이었습니다.
35살이 되던 해, 정토회의 나눔의 장 수련에 두 번째 참가했을 때였습니다. 수련 3일째 되던 날, 제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대화를 나누던 중 한순간, 아버지에 대해 갖고 있던 제 생각이 뒤집어졌습니다.
‘아버지가 우리를 사랑하는 건 알겠어. 그러나 제발 당신의 방식대로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이 문장의 순서가 앞뒤로 바뀌더니 아래의 문장이 제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비록 아버지는 당신 방식을 고집했지만, 우리를 진심으로 사랑하셨구나.’
‘우리를 진심으로 사랑하셨구나’라는 문장이 마음에 새겨지는 순간,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10분 이상을 대성통곡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울고 나니 마음이 시원해졌습니다.
수련을 마치고 아버지를 만났는데, 놀랍게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그 전에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에 걸리고 불편했는데 말입니다. 그 이후로 아버지와의 관계가 극적으로 좋아졌습니다.
이처럼 문장의 순서만 바꿔도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김종원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시각을 바꿔서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생이라는 바다는 절망하는 사람에게는 끝없이 절망만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찾는 자에게는 희망만 안겨준다.’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싶다면 먼저 언어를 바꿔야 합니다. 사용하는 언어를 바꾸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됩니다. 이는 자동차 경주의 코너링의 방법과 유사합니다.
시속 200~300km의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 경주에서 코너를 돌때, 핸들을 돌리기 전에 먼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고개부터 돌린다고 합니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진행 방향을 보지 않고,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건 엄청난 공포가 따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극복해야 원활한 코너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먼저 고개를 돌리고 코너링을 하듯이, 언어를 먼저 바꿔야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새롭게 만난 세상이 처음에는 낯설고 억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달의 반대쪽을 처음 본 사람처럼요.
우리는 평생 달의 한쪽 면만을 보고 살아갑니다. 지구에서는 달의 반대쪽 면을 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보는 달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달의 뒷면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지구에서 달의 한쪽 면만을 보듯, 우리는 사람과 세상의 한쪽 면만을 보고 살아갑니다. 엄연히 존재하는 다른 면을 보고자 한다면 관점에서 바꿔야 하고, 관점을 바꾸려면 먼저 언어를 바꿔야 합니다.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면, 문장의 순서만 바꿔도 됩니다. 문장의 순서만 바꿔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사람과 세상의 다른 면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치 달의 반대쪽 면을 보는 것처럼요.
세상의 다른 면을 만나는 것은 낯설고 두려운 일입니다. 문장의 순서를 바꾸면 무척 낯설고 거짓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바뀐 문장 또한 분명 사실입니다. 저의 경우 아버지에 대한 문장이 바뀌고 나서 온전히 제 마음에 자리잡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비록 시간이 걸리지만 바뀐 문장이, 새로운 세상 또한 분명한 사실임을 알게 되는 순간은 반드시 옵니다. 그때 우리는 삶의 한 쪽면이 아니라 여러 면을 보며 살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인생이라는 경주 트랙에서 자유자재로 운전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문장의 순서를 바꾸는 간단한 일조차 해보면 쉽지 않습니다. 이미 새겨진 언어를 바꾸는 일은, 굳어진 시멘트에 새롭게 글씨는 새기는 작업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듭니다. 하지만 하다 보면, 됩니다. 필사하고, 읽고, 말하고… 반복 또 반복, 연습 또 연습하다 보면 됩니다.
결코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변합니다.
연습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문장 순서를 바꾸기의 몇 가지 예시를 적어봅니다.
전 : 우리 아이는 착하기는 한데 공부를 너무 안 해요.
후 : 비록 우리 아이는 공부는 안 하지만, 참 착해요.
전 : 우리 남편은 돈은 잘 벌지만 사람이 너무 무뚝뚝해요.
후 : 비록 우리 남편이 좀 무뚝뚝하긴 하지만, 돈을 참 열심히 벌어줘요.
전 : 그 사람은 일은 잘 하지만, 너무 싸가지가 없어.
후 : 비록 그 사람이 예의가 없긴 하지만, 일은 믿고 맡길 수 있어요.
전 : 나는 열심히는 했는데, 늘 결과가 좋지 않아.
후 : 나는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카레이싱 경주에서
코너링을 하려면은
고개부터 돌리고서
운전대를 돌리듯이
새세상을 보고프면
언어부터 바꿔야해
쓰는언어 바꾸면은
보는관점 달라지고
보는관점 달라지면
새세상이 펼쳐지네
새언어가 어렵다면
문장순서 바꿔보세
간단하게 생각돼도
그것마저 쉽지않네
내언어를 바꾸는일
시간과힘 들지마는
반복연습 하다보면
결국에는 변한다네
문장순서 바꿈연습
부지런히 하여설랑
사람들과 이세상의
다양한면 누려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