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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의자포U Nov 09. 2024

29.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오랫동안 자신에게 질문하고, 또 질문하라.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질문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 김종원



고향 친구 중에 지혜로운 녀석이 한 명 있습니다. 책은 거의 읽지 않고, 만화 원피스를 마치 교회 다니듯 매주 한 편씩 정성스레 챙겨 보며 이게 인생이라고 말하는 친구였습니다.


이 녀석은 책은 읽지 않는 대신에 무슨 일을 하든지 스스로 곰곰이 생각하고 연구해서 결국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했습니다.


그 친구의 말은 쉽고 간결한데, 그 안에 숨은 통찰들이 날카롭게 반짝입니다.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펄쩍펄쩍 뛰는 느낌이랄까요.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문자보다는 영상에 많이 노출된 세대라서 그렇다고 하는데, 이유가 그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스스로 생각할 시간과 기회가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아이 곁에는 항상 어른이 붙어 있습니다. 어릴 때는 어른이 아이 옆에 착 달라붙어 동화책을 읽어주고,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해줍니다. 좀 더 자라서는 학원에서 선생님들이 붙어서 공부를 가르쳐 줍니다.


어른이 없는 틈새에 아이들은 핸드폰과 컴퓨터로 영상과 게임을 소비합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인터넷에 검색하면 바로바로 알 수 있습니다.


아이의 머리로 무언가가 쉴 새 없이 마구 쏟아져 들어가데, 이걸 자기 것으로 소화할 시간이 없습니다.



소년을 어른으로 키우는 것이 3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좋은 어른, 좋은 친구,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멍하니 앉아서 흐르는 강물이나 구름을 바라보는 시간,

천천히 걸으며 아무 목적 없이 산책하는 시간,

홀로 그네에 앉아 다리를 까딱까딱 흔들며 멍 때리는 시간,

일기장을 펴놓고 아무 말이나 마구 적어가는 시간,

불멍하는 시간, 명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닙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수많은 정보들을 소화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의 마지막 질문은 항상 자신을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지?'

'나는 뭐 하지?'

'나는……'


책을 많이 읽어도 지혜롭지 않은 사람은 책의 정보를 머리에 집어넣기는 했지만, 스스로 소화할 시간을 갖지 못한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 어느 책에서는 뭐라고 하더라….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김혜남 작가는 책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밥을 먹으면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듯 뇌도 쉴 시간이 필요하다. 여태까지 들어온 자극이나 머릿속에 쌓인 정보들이 소화될 시간이 있어야 한다.


뇌는 쉬는 시간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자극과 정보들을 내적으로 재배열하고 통합해 어떤 건 걸러내고 어떤 건 의미를 두는 등 사고를 형성한다.


그런데 뇌가 쉬지 못하면 끊임없는 자극에 반응하느라 지쳐 버린다.'



아이들뿐만 아닙니다. 저를 포함한 요즘 사람들 모두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책을 읽고 나서, 영화를 보고 나서, 친구를 만나고 나서, 수업을 하고 나서.. 틈틈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여운을 즐기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도 좋고, 느낌대로 마구잡이로 글로 풀어도, 음악과 함께 흘러가도 좋습니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비로소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결국은 자신을 향한 질문으로 마무리되는, 그 시간 말입니다.


여전히 늘 뭔가를 해야 한다는, 쫓기는 마음으로 살고 있는 제 자신에게 다정하게 말해봅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습니다.


아니, 아무것도 안 해야 합니다. 가끔이라도.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



<4음절 정리>


오랫동안 자신에게

질문하고 질문하라

자신에게 던진질문

세상가장 멋진질문


아무것도 하지않는

시간이라 말하지만

먹고나면 위장에서

소화시간 필요하듯

우리뇌도 받은정보

처리시간 필요하네


책을읽고 영화보고

친구보고 수업듣고

무언가를 하고나서

꼭반드시 시간내어

아무것도 하지않는

혼자시간 가져보세


머엉하니 앉아서는

구름보고 강물보기

아무생각 하지않고

발길따라 산책하기

흘로그네 에앉아서

흔들흔들 멍때리기

일기장을 펼쳐놓고

생각없이 끄적이기


아무것도 하지않는

그시간이 알고보면

자신에게 질문하고

자신에게 대답하며

자신의길 열어가는

아름다운 시간일세

자기자신 만나보는

보석같은 시간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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