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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의자포U Nov 11. 2024

31.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너무’ 많이 아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 않기란 어렵다.

- 비트겐슈타인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마이더스) 왕의 이야기는 무척 유명합니다.


프리기아의 왕이었던 미다스에게 풍요의 신 디오니소스가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하니, 미다스는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는 능력을 달라고 했습니다. 


디오니소스는 별로 좋은 소원이 아닌 것 같다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지만, 미다스는 이를 무시하고 결국 황금 손을 갖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게 됩니다.


미다스는 처음에는 이걸로 황금을 만들 수 있어 좋아했지만, 이내 먹을 것도 금으로 바뀌어 버리니 당황합니다. 자신이 손을 댄 사람들은 물론, 자신의 딸까지도 황금으로 변해버리자 미다스는 결국 자신의 선택을 깊이 후회하게 됩니다.


미다스의 손처럼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능력은 오히려 자신을 해치게 됩니다.


저는 ‘말을 잘한다’, ‘말을 따뜻하게 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 편입니다. 덕분에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듣곤 합니다. 말을 잘 하고, 따뜻하게 하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말을 잘하는 것이 꼭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말을 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으니 아무래도 말을 할 때 조심성이 떨어집니다. 결과적으로 말로 인한 문제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저의 말이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전해져서 타인과 제게 상처로 돌아오는 경우들이 가끔 있습니다.


손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해서 좋아했더니 먹는 것과 사랑하는 딸마저 황금으로 변해 버리는 미다스의 손처럼, 저의 말이 상대와 저를 이롭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어김없이 생겨 저와 타인을 괴롭게 만듭니다.



또 말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꼭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말을 따뜻하게 하는 이유는 저의 애정 결핍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의 사랑과 인정을 갈구하는 성향이 매우 강한 편이라 다른 사람들이 저에게 어떤 감정을 갖는지를 잘 압니다. 또, 어떤 말을 해야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지도 잘 압니다.


이런 성향 때문에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말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서 제 능력의 한계에 벗어나는 무리한 약속을 하기도 합니다.


의도는 나쁘지 않을지 몰라도, 종종 진실과는 거리가 먼 말을 하게 됩니다. 말을 잘 하는 능력이, 말을 따뜻하게 하는 능력이, 오히려 진실과는 먼 말을 하게 하는 셈입니다. 


법륜스님의 말처럼 ‘칼이 날카로울수록 쓰기 편한 반면에 손을 베일 위험이 커집니다. 유용한 기술일수록 편리한 만큼 부작용도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듯, 말을 잘하는 자가 말로 망하기 쉬운 까닭입니다.



‘너무 많이 아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 않기란 어렵’습니다. 


이를 김종원 작가는 ‘삶이 되지 못하고, 입에서만 머문 지식은 진짜 지식이 아니라서 마음에 안기지 못하고, 거짓이 되어 사방으로 퍼진다.’라고 말합니다.


삶으로 체화되지 않은 말이 내 입에 넘쳐날 때 우리의 삶은 생기를 잃게 됩니다. 식물이 그런 것처럼요.


거름이 적당하면 식물이 잘 자라고 열매도 튼실하게 맺게 되지만, 거름이 지나치면 식물의 뿌리를 말려버립니다. 거름을 뿌린 땅의 농도가 식물의 농도보다 높아져서 오히려 식물에 있는 수분이 땅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적절하게 소화되지 않은 지나친 영양분은 식물을 키우기는커녕 식물을 메마르게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말을 아껴야 합니다. 말이 오히려 우리의 삶을 메마르게 하지 않도록..


많이 알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행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저의 말이 저의 삶을 앞서 달리지 않기를 소망하며, 노자 '도덕경'의 유명한 문장을 새겨 봅니다.



知者不言, 言者不知.

(지자불언 언자부지)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 노자, 도덕경



<4음절 정리>


미다스왕 황금의손

손만대면 금이되니

처음에는 좋았지만

알고보니 독이더라


말잘하면 말많아져

실수또한 많아지고

따뜻한말 좋다지만

상대기분 맞추려고

전전긍긍 하다보면

때론진실 벗어나네


많이알면 거짓말을

하지 않기 어렵다는

비트겐슈 타인말이

지혜로운 말이로다

날카로운 칼일수록

쓰기에도 편하지만

다치기도 쉬운이치

이제서야 알게되네


거름많은 땅위에서

식물들이 말라가듯

체화되지 않은말에

우리삶도 말라가니


많이알지 못하는것

부끄러워 하지말고

아는것을 행치않는

그모습을 경계하고

나의말이 나의삶을

앞서는것 주의하여

삶이말에 녹아나는

아름다운 삶을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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