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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의자포U Nov 10. 2024

30.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습니다



쓸모없는 문제에 관여하지 말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늘 침묵해야 하고,

언어는 만물의 척도임을 기억하라.

- 비트겐슈타인



응급 처치의 첫 번째 원칙이 ‘응급 처치를 실시하는 본인의 안전 확보’입니다. 자신의 안전을 확보한 다음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바둑에서는 이를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고 합니다. 직역하면, 내가 먼저 산 다음에 다른 돌을 죽여라, 즉 자신의 돌이 먼저 안정이 되고 나서 상대방의 돌을 공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워런 버핏은 자신의 투자 원칙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돈을 잃지 마라. 첫 번째 원칙을 잊지 마라.’


이 모든 이야기를 한 문장을 줄인다면 ‘위험 요소(Risk)를 관리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동차 브레이크를 밟아야 시동이 걸리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멈출 수 없다면 앞으로 나아가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새로운 세상을 향해 적극적으로 탐험하기에 앞서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안정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럼 우리가 인생이라는 여행길에 나설 때 어떻게 위험 요소를 관리하고 안정된 기반을 갖추어야 할까요?


‘쓸모없는 문제에 관여하지 말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늘 침묵해야 하고, 언어는 만물의 척도임을 기억하라.’


‘비트겐슈타인의 거의 모든 것을 담은’ 이 문장은 우리가 인생이라는 여행길을 나설 때 지녀야 할 기본 지침으로 충분히 훌륭해 보입니다.


우리는 ‘쓸모없는 문제에 관여하지 말’아야 하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늘 침묵해야’ 합니다. 이처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많은 문제들이 사라지고 삶의 질은 놀랍도록 높아집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인생의 필수 과목이라면, ‘하면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인생의 선택 과목입니다.


예를 들어 남에게 손해가 가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를 어기는 것은 나쁜 행동입니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반면 타인을 이롭게 하는 일은 좋은 일입니다. 하면 좋은 일이지만, 하지 않는다고 나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입니다. 

사랑하면 좋지만 사랑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미워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용서하면 좋지만 용서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증오로 스스로를 불태우지는 말아야 합니다.


이처럼 필수 과목만 잘 이수하고, 이후 자유롭게 선택 과목을 탐색하면 됩니다. 삶의 필수 과목과 선택 과목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면, 삶이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집니다.


비트겐슈타인이 제기한 필수 과목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서는 삶을 살아가면서 깊이 탐구해야 할 부분입니다. (김종원 작가는 무려 5년간 깊이 사색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한 생각을 가볍게 나눠보겠습니다.



1) 쓸모없는 문제에 관여하지 말라.


무엇이 쓸모없는 문제며, 무엇이 쓸모 있는 문제일까요? 


아들러의 심리학을 소개한 책 《미움받을 용기》에는 ‘과제 분리’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나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공부를 안 하는 것은 아이의 과제입니다. 그러나 많은 부모가 아이의 과제를 자신의 과제로 가져와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과제입니다. 그가 나를 미워하기 때문에 나 또한 그를 미워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이해하고 사랑할지가 나의 과제입니다. 


이처럼 과제를 분리하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타인의 과제’가 아니라 내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나의 과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쓸모없는 문제에 관여하지 말라.’는 말은 타인의 과제에 매달리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늘 침묵하라.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말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은 제게 정말 어렵습니다. 이렇게 질문을 바꿔봅니다. 


한마디 말도 할 수 없는 세상과 쉴 새 없이 말해야 되는 세상, 이렇게 두 개의 세상이 있다면 어느 세상이 더 불행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 편의 시로 대신하겠습니다.




고요한 세상 / 제프리 맥다니엘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의 눈을

더 많이 들여다보게 하고

또 침묵을 달래 주기 위해

정부는 한 사람당 하루에 

정확히 백예순일곱 단어만 말하도록

법을 정했다.


전화가 울리면 나는 '여보세요'라는 말없이

가만히 수화기를 귀에 댄다.

음식점에서는

치킨 누들 수프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나는 새로운 방식에 잘 적응하고 있다.


밤늦게 나는 

멀리 있는 연인에게 전화를 걸어

자랑스럽게 말한다.

오늘 쉰아홉 개의 단어만 썼으며

나머지는 당신을 위해 남겨 두었다고.


그녀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면

나는 그녀가 자신의 단어를 다 써 버렸음을 안다.

그러면 나는 '사랑해'하고 천천히 속삭인다.

서른두 번 하고 3분의 1만큼.

그 후에 우리는 그냥 전화기를 들고 앉아

서로의 숨소리에 귀 기울인다.



3) 언어는 만물의 척도임을 기억하라.

맞습니다. 나의 세상은 나의 언어로 지은 집입니다. 지금껏 써온 글들이 모두 이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나무도 뿌리를 먼저 뻗은 뒤 가지와 잎을 틔웁니다. 필수 과목을 단단하게 뿌리내려 삶을 활짝 꽃 피울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4음절 정리>


응급처치 첫째원칙

자신안전 확보하라

아생연후 살타라는

바둑격언 기억하라

워런버핏 말하기를

절대돈을 잃지마라

이모든걸 줄인다면

위험요소 관리하라


위험요소 관리해야

멀리여행 갈수있어

인생이란 여행길에

위험요소 무엇있나


쓸모없는 문제에는

관여하지 말지어다

말할수가 없는것은

꼭반드시 침묵하라

우리언어 만물재는

척도임을 기억하라


이세가지 기억하고

지켜나갈 수있다면

뿌리깊은 나무처럼

내인생도 꽃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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