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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룬 Mar 31. 2024

꽃 파는 슈퍼마켓

캐나다와 한국의 꽃 소비

 


특별한 날의 꽃


매일 마트를 오가며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꽃이었다. 밴쿠버에서 느낀 일상 속 큰 차이점 중 하나. 한국에서 꽃(판매하는 생화)을 볼 때는 꽃을 사러 꽃 가게에 '일부러' 갔을 때, 요일을 정해두고 집 앞 지하철역에 '일부러' 꽃을 팔러 오는 트럭 아저씨가 있을 때, 누군가(주로 남편이) 나에게 꽃을 선물했을 때 정도로 손에 꼽을 수 있다. 꽃 가게는 거래가 활발한 업종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주로 다니는 큰 길가에서 꽃 가게를 보는 일은 흔치 않다. 있어도 아주 작게 있거나, 골목 어딘가로 찾아가야 있다고 해야 할까. 우리나라도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에 꽃가게가 있는 경우가 있지만, 그 마저도 매장 안이 아닌 입구 근처의 작은 공간에 입점해 있는 가게이다. 의도하지 않게 길거리에 나와있는 꽃다발을 볼 수 있는 시기는 졸업식, 입학식 시즌 정도가 아닐까 싶다. 지금 이 글을 쓰며 곰곰이 돌아보니 여기 와서 예쁜 꽃다발을 본 건 내 생일과 결혼기념일에 남편이 사 온 꽃, 직장 선배의 퇴임식 정도. 손에 꼽히는 일이다.


남편이 생일에 사 온 꽃다발



매일매일 꽃


헌데, 밴쿠버에선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예쁜 생화를 볼 수 있다. 처음에 한 마트에서 '여긴 마트에서 꽃을 파네'라고 생각했는데, 한인마트 빼고는 거의 모든 마트에서 꽃을 판다. 작은 동네 슈퍼들을 주로 가게 앞에 주르륵 꽃을 꺼내두고(심지어 쌀쌀한 2-3월에도), 대형 마트들은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곳이나 계산대 옆쪽, 과일이나 야채코너 근처에 꼭 꽃이 있었다. 포장을 예쁘게 해주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날 사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 사듯 주기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야 가능한 유통방식이지 않을까.




10배 이상의 꽃 소비


2022년 캐나다의 절화 판매 규모만도 177.72 밀리언달러, 마켓이나 체인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전체 식물 판매는 567 밀리언달러이다. 캐나다 인구가 약 4009만 명, 그럼 인당 절화 소비만도 44달러,  전체 꽃소비는 141달러(약 13~14만 원) 정도라는 얘기. 우리나라의 경우는 2022년의 국민 1인당 화훼소비액이 1만 3764원(화훼 재배 현황 조사결과)이라고 하니 약 10배 차이가 난다. 꽃이 많이 보인다는 느낌이 느낌만은 아니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일본은 10만 원, 스위스, 노르웨이, 네덜란드는 10만 원에서 15만 원 수준의 인당 꽃소비를 기록하고 있다.



캐나다의 절화 판매규모


어떤 학자들은 꽃의 소비 규모를 그 나라의 경제규모와도 연관 짓곤 한다. 즉, 선진국에 속할수록 꽃 소비량이 많다는 것이다. 일부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1인당 꽃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네덜란드나 스위스는 우리나라보다 경제 순위는 낮다.


유통망이 적어서일까,

수요가 적어서일까?


우리나라는 온라인 강국. 온라인 판매는 어떨까?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업체들의 매출규모를 찾아봤다. 최초이자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꾸까(Kukka). '일상 속의 꽃 수요'를 만들고 있다는 이 업체는 연간 100억 규모 이상의 매출이 발생한다고 한다. 전체 꽃 판매 규모에 비하면 아주 작은 수요지만 특별한 날을 위해서가 아닌, 일상적인 소비 수요가 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과 사러 갔다가 딸기가 맛있어 보이면 사듯이 사과 사러 갔다가 옆의 장미가 예뻐서 사게 되는 경우가 캐나다의 꽃 유통이라면, 정기구독이나 온라인 구매는 관심 있는 사람, 즉 사려고 작정한 사람만이 검색을 통해 구매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기존 화훼시장의 소비자를 온라인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은 확실히 하겠지만, 전체 시장규모를 키우는 것엔 온라인 판매나 정기구독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실 유난히 꽃이 눈에 띄던 것은 부모님께서 꽃 농장을 하시는 이유도 있다. 분화를 판매하고 있어 절화와는 또 다른 판매 특성이 있지만, 전체적인 화훼 소비에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경기가 좋을 때와 안 좋을 때 매출 격차가 크게 나는 것이 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아직 사치재에 속하는 꽃이 필수재처럼 느껴지도록 마트에 있다는 것이 반갑기도 하고, 관심이 가서 찾아본 캐나다의 꽃 소비. 나도 마트에 갈 때마다 10달러짜리 꽃 한 묶음 사 왔었는데, 오랜만에 늘 역 앞에 오는 꽃 트럭 아저씨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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