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씀이 뭐길래

진정 마음이 와닿지 않으면, 애쓰지 않아도 돼

by HJ

정확한 시점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언제부턴가 애쓴다는 말이 불편하고 거슬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온 힘과 온 마음을 다해서 최선을 다하는 행위를 할 적에 애쓴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듯하다. 그런데 나는 애쓴다는 이 말이 어딘가 모르게 안쓰럽게 들린다. 그 행위가 그렇게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아서다.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 또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은 채 부여잡고 아등바등 발버둥 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모습이 그랬듯.. 애쓴다는 모습은 씁쓸한 뒷맛의 여운이 짙다.




성인이 되고, 경제적 자립을 하면서 십수 년간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든 첫 번째 생각은 나 역시도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서 참으로 아등바등하며 애쓰고 살았구나, 이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만큼 나 자신을 잘 챙기며 살았다고도 말할 수 없는 듯하다. 앞만 바라보며 질주하기 바빴으니. 그렇게 살아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여겼나 보다. 뒤처지기 싫어서, 빼앗기기 싫어서 또는 갖고 싶어서... 그렇게 애쓰는 모습들이 싫었지만 애쓸 수밖에 없었다. 마냥 좋아서 했던 행동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마음은 내키지 않으면서도 분위기에 휩싸이거나 어쩔 수 없는 의무감에 아등바등 애를 쓰기도 했었던 일들도 있었으니.


삶을 겪어보니, 아등바등 그렇게 애를 쓰고 노력한다고 해서 매사 잘 풀리고 잘 살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운이 따라주지 못한 일도 존재하고, 연이 닿지 않는 일들도 있으니. 그런 것들을 부여잡고 애쓸수록 더 비통하며, 안쓰러울 뿐이다.


애를 쓰다 보면 기적처럼 좋은 운이 따라주기도 하지만, 그 영광의 맛을 보기까지는 그 고통과 상처가 깊은 계곡 같다. 애쓴다는 것은 나 자신의 무언가를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그 정도를 감당할 수 있는 건인지도 모른다. 나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희생하면서까지 애쓸 정도로 가치가 있는 일인지부터 헤아려보는 일이 더 중요하지 싶다.




돌이켜보면, 너무 많은 부분에서 불필요하게 애쓰며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하게 마음이 와닿지 않은 일과 관계에서조차도 멋대로 상상을 하거나, 분위기에 휩싸이거나, 내키지 않는 관습에 따르다가, 또는 모호한 기준들과 의무감에 붙잡혀서 습관적으로 애쓰다가 더 힘겨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호한 것들에 대한 애쓰는 마음을 멈추기로 했다. 애쓰는 집착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무분별하게 너무 애쓰며 살려고 하는 것은 아닌 건지, 그래서 내 감정을 더 쉽게 불행하게 빠트리고 있는 것은 아닌 건지,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애쓰는 일이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인가부터 따져 보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성과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성의껏 잘 살아가는 모습인데, 과하게 애썼다. 이제는 과하게 애쓰던 습관을 벗어내기 위해서 비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애쓰는 마음이 발동 걸리기 전에 일단 진정성부터 살펴본다. 진정성 있는 일과 관계라면 기꺼이 애를 써볼 만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과 관계에서 혼자서 애를 쓴다는 것은 미련한 방식이 아닐까 싶다.




진정성이 느껴지면, 그만큼같이 진정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면 되는 것이고, 반대로 잘 느껴지지 않은 일과 관계라면, 애써 좋게 생각하려고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애써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관념을 지키려고 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 싶다. 그저 진정성이 채워지는 만큼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면 되는 것이고, 덜 채워지면 그만큼 애쓰지 않으면 되는 거였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은 것에 과히 애쓸 필요가 없다. 진정성이 완전히 채워지지 않은 수많은 순간마다 애쓰는 것은 인생을 무겁게 살아가는 것 같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는 것이다. 서로가 흘러가는 관계에서는 마음도, 노력도 그저 자연스럽게 해주고 싶은 마음의 정도에서만 해줘도 실상 부족하지 않은 듯하다.




삶은 유한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은 더욱더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인생이 짧게 느껴진다. 살아가면서 진정성이 없는 일과 관계까지 신경 쓰다 보면, 이 짧은 인생의 시간은 더욱더 짧아진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에 시간과 감정을 소비하는 것은 귀한 인생의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다. 흘러가는 삶의 여정에서 마주하는 관계에도 진심으로 마음에 와닿지 않는 상황에서는 굳이 무리해서 신경 쓰며 하지 않아도 괜찮다. 불안한 자기 마음일 뿐이다. 하지 않는다 해서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오히려 하는 게 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냥 좀 무심하게 넘겨본들 어떤가. 그런 상황에서 이제는 좀 편하게 살자. 그런 상황들은 지나고 보면 대개 의미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들인데. 진정성이 와닿지 않은 일과 관계에서 내키지 않는데, 굳이 애쓰려는 행위는 굴레에 지나지 않는다.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면, 그때는 그냥 지나가게 두는 것이 더 현명한 인생을 사는지도 모른다. 귀한 인생 시간의 낭비를 줄일 수 방법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알지 않은가. 자신의 마음이 따라주지 못하는 행위는 결국 얼마 못 가 지치기 마련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