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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욱 Feb 10. 2018

꿈의 폐곡선

싱 스트리트, 더블린-던레러 항

싱스트리트 밴드의 멤버들과 라피나는 새롭게 만든 ‘A Beautiful Sea’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 위해 DART라는 이름의 철도를 타고 던레러(Dún Laoghaire)에 위치한 바다로 향한다.


DART(Dublin Area Rapid Transit)는 기차라고 하기엔 좀 작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지하철 1호선 정도의 노선을 가진 전철로서, 더블린 시내에서 비교적 먼 곳까지 운행하는 대중교통이다. <싱 스트리트>의 주인공들처럼 더블린의 근교로 나갈 때 이용하기 좋은 교통수단이다. 던레러로 가기 위해 올라탔던 다트의 의자 색깔은 영화에서 나왔던 것처럼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녹색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트를 타고 가면서 창 너머로 보이던 담벼락의 그래피티라든지, 던레러 항구의 돌담에 있는 부분 보수의 흔적까지 장소들은 내가 봤던 영화 속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싱 스트리트>의 촬영지들은 그동안 다녔던 영화 촬영지들과는 다르게, 비교적 최근에 나온 영화라서 그런지 아직 변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모습을 대부분은 유지하고 있는 편이었지만, 아주 작은 부분까지 비슷한 광경들은 영화 속 장면과 실제의 모습을 세세히 뜯어가며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던레러 항구에서 멤버들이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던 모습은 개인적으로 영화 전체를 통틀어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코너가 본인이 생각하는 뮤직비디오의 대본을 라피나에게 설명하자, 라피나를 비롯한 밴드 멤버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물에 뛰어드는 시늉만 하라고 지시하는 코너의 이야기를 들은 뒤, 라피나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물을 한번 쳐다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촬영에서 라피나는 뛰어드는 시늉이 아니라, 실제로 물로 뛰어든다. 수영을 할 줄 모른다며 살려달라고 발버둥치는 라피나를 구해주고 코너는 왜 물로 뛰어들었냐고 물어본다. 그런 그에게 라피나는 이렇게 말한다.


“For our art Cosmo! You can never do anything by half !”
“우리 작품을 위해서야, 코스모! 넌 절대 적당히 해선 안 돼!”

나는 이 문장이 <싱 스트리트>의 가장 핵심적인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위해서는 그 무엇도 대충 하지 말라며 다그치는 라피나의 말은 결국 코스모, 코너를 향해서 외치는 말이기도 했지만 본인 자신에게 외치는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존 카니 감독이 세상의 모든 꿈에 외치는 문장이기도 했다. 네가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절대로 대충 하지 말라는 외침.


그는 알고 있었다. 꿈은 절대로 멀리 사라져버리지 않는다는 걸, 당신이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고 어쩔 수 없다고 말할 때마다 꿈은 멀리 가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돌고 돌아 다시 당신 옆에 와서 서 있다는 걸. 라피나의 그 대사는 마치 존 카니 감독이 영화를 통해 나에게 하는 말인 듯했다. 폐곡선을 그리는 꿈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시 내 옆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 매거진은 1월에 출간된 제 책 <낭만이 여행자의 일이라면>의 내용을 발췌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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