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빌리는 정말 비참한가

전쟁이라도 일으키자, 먹을 것이라도 얻게 / 카빌리에서의 추억들

by 에트랑제
14-318-s.jpg 겹겹히 싸인 산 정상에 위치한 마을. 카빌리 지역의 전형적인 풍경이라 말할 수 있다.


#1 - 전쟁이라도 일으키자, 먹을 것이라도 얻게

카빌리의 양치기는 헐벗고 햇빛에 파 먹힌 산 위에서 황새 떼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그 새들이 기나긴 여행을 하기 위하여 떠나온 저 북쪽 나라를 머릿속에 그려 보면서 하루 종일 꿈을 꿀 수는 있지만 저녁이 되면 유향나무들이 돋아난 고원으로, 긴 옷을 입은 가족들에게로, 그가 뿌리내린 가난한 오두막집으로 돌아온다. (소설 <최초의 인간> 중)




알제리 국토에 가로줄을 긋는 아틀라스 산맥은 알제 동부에 이를때 그 웅장한 자태를 더 자주 드러낸다. 카빌리 Kabyle 지역은 그 산맥 중에서도 험한 곳에 위치하는데, 이 곳에 사는 사람들과 문화를 가리켜 카빌 Kabyles이라고 말한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지금의 티지우주 Tizi-ouzou, 베자이야 Béjaïa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겨울이면 때로 산봉우리에 흰 눈을 품고 있는 광경을 보여준다. 아프리카에 흰 눈이라니. 뭔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때로 겨울이 아닌 계절에 산의 정상이 하얗게 보이는 곳이 있는데, 일부 지역의 돌이 하얀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P1490294-s.jpg 아프리카의 하얀 눈

대부분 험한 산지이기 때문에 길이 좋게 나있을 리가 없다. 구불거리는 좁은 길에 검문소는 많고 게다가 느릿하게 가는 차가 많아 이 지역의 여행은 항상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카빌리 지역를 여행하고 알제로 돌아오는 길은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갈 때가 많았다.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도착하지 못한 여행자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P1490488-s.jpg 해가 저무는 때는 산맥의 실루엣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하루는 현지인 I에게 카빌리 지역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카빌리 주변 지역 세티프 Sétif, 지젤 Jijel의 경우 과연 카빌리 지역로 볼 수 있는지 궁금해요."


"언어로 구분하면 되죠. 다시 말해 베르베르어 Berbère를 쓰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카빌리 지역이라 말할 수 있어요."


나로서는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데, 나는 그저 공간적으로만 카빌리 지역을 구분하려고만 했기 때문이었다.


알제리의 이곳저곳에는 카빌리 지역을 비롯한 베르베르인 Berbères의 여러 일파가 자리 잡고 있다. 사실상 이들이 알제리의 원주민이라 할 수 있고, 이들의 피부는 대부분 하얗다. 아프리카 원주민이라고 말하면 우리는 즉각 피부색이 까맣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지만 말이다.

P1530277-s.jpg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사람들

아버지가 아랍인, 어머니가 베르베르인이니 정확히 말하면 아랍-베르베르인이라 할 수 있는 I는 굳이 이런 식의 인종 구분을 좋아하지 않는다. 알제리는 하나의 나라이기 때문에 굳이 인종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인데 사실 북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아랍인의 이동이 7세기부터 시작되었으니 구별하기도 쉽지 않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베르베르인들은 자신들을 아랍인과 구분 지으려 한다. 자신들이 원래 이 땅의 주인이었다는 논리와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 때문. 그 문화 중 대표적인 것은 이들의 언어로, 베르베르어는 수학의 더하기, 빼기, 나누기 기호처럼 생긴 독자적인 문자까지 가지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단기(檀紀)와 같은 고유의 베르베르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계산법에 따르면 서기 2019년은 베르베르력으로 2969년에 해당된다.

P1120363-s.jpg 저 색색의 깃발이 베르베르인을 상징한다

카빌리 지역의 전형적인 모습은 거대한 암석이 지배하는 메마르고 척박한 풍경이다. 무엇을 심어도 잘 자랄 것 같지 않은 토질, 그리고 사람과 물자가 유통되기에 어려운 험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곳을 관광하러 온 사람에게는 거대하고 장엄한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P1490512-s.jpg 이런 경사에서는 대부분의 농작물은 재배가 불가능하다
P1450178-s.jpg 도로 사정 또한 유통망의 발전을 힘들게 한다
P1450164-s.jpg 그러니 소들도 쉬어간다

전기에 따르면 카뮈는 ‘카빌리의 비참’이라는 제목으로 알제 레퓌블리캥 Alger républicain 신문에 연재 기사를 실었는데, 첫 번째 기사의 제목이 ‘누더기를 걸친 그리스’였다. 그런데 이 제목 아래 부제가 더 충격적이다.

전쟁이라도 일으키자, 먹을 것을 얻게...... (<Misère de la kabylie>, p.4)


얼마나 가난했으면 전쟁이라도 일으키자는 생각까지 했을까. 그의 기사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 지역의 비참한 가난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했다.


풀과 뿌리는 먹는 사람들 (위의 책, p.11)


독을 가진 뿌리를 먹고 다섯 명의 아이가 죽었다. (위의 책, p.19)


척박한 자연환경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카빌리 사람들은 알제리에서 상대적으로 근면한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알제리의 삼성이라 불리는 세비탈 Cévital이라는 거대 기업도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알제리 주요 기업의 임원진들의 상당수가 이 곳 출신인 것이 그 증거다. 특히 카빌리 여인들은 집안 일은 물론 바깥일까지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편이다.

P1160659-s.jpg 카빌리에서는 여인들이 일을 많이 하는 편이다
P1490517-s.jpg 시장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한 번은 어느 카빌리 출신의 아저씨와 대화를 한 적이 있다. 그가 내게 질문을 냈다.


"왜 카빌 사람이 프랑스에 많이 살게 되었을까?" (참고로 프랑스에 알제리인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카빌 사람들이 비중이 높다)


내가 대답했다.


"카빌리 땅은 척박했으니까"


바로 답을 맞춰버리자 아저씨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사실 먹고살기 힘든 곳이면, 누구나 고향을 등지고 떠나는 이가 많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P1450227-s.jpg 척박한 가운데서도 생명은 숨 쉰다
P1450251-s.jpg 촛불처럼 빛나던 어느 초본
P1450208-s.jpg 피크닉을 즐기던 어느 가족
P1530324-s.jpg 가난하던 그렇지 않던간에 언제나 밝게 사는 사람들




#2 - 카빌리에서의 추억들


카뮈의 시절에는 카빌리 지역의 생활이 비참했을지라도 지금도 역시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당시에는 끼니를 해결하는 것조차 힘든 피식민 상황에서 일반 사람들이 어떤 돌파구조차 찾기 힘들었겠지만, 지금은 알제리 정부의 각종 생활지원정책으로 인해 적어도 끼니를 굶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카빌리의 비참함이 아닌 이 곳의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추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카빌리의 높은 산맥에서 쥬르쥬라 공원 Parc national du Djurdjura이 대표적으로 유명한데, 차를 타고 해발고도 약 1,500m까지 올라갈 수 있다. 중간중간 차를 세울만한 장소가 나오면 대부분 사람들은 그 곳에 잠시 차를 멈춰세우고 숨이 멎을 듯한 풍경을 즐기곤 한다.


어느 여름날 차 문을 모두 열고 에어컨 바람 대신 자연바람을 즐기던 어느 운전사를 나는 만났고, 또 어느 날은 내게 먹을 것을 건네주는 아저씨를 보았다.

P1450186-s.jpg 자연바람을 즐기는 방법
P1530247.JPG 길을 묻는 내게 빵과 올리브유를 건네는 친절한 아저씨

이 지역을 처음 왔을 때는 나는 산장에 들렀는데, 암산을 배경삼아 최대한의 여유를 즐겼다. 동행했던 사람들과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다. 그림도 하나 그리고.

P1450268-ss.jpg 스케치로 풍경을 남기면 기억이 더 오래갈 수 있다

그 이후 나는 산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굴민 호수 Lac Agoulmine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곳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인지라 나는 더욱 이 곳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주말 아굴민 호수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후 열심히 차를 몰았지만, 도무지 목적지에 닿을 수 없었다. 나는 소득없이 알제로 돌아와야만 했는데,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그곳은 차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최소 2시간 이상의 산행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한참 아굴민 호수의 존재를 잊고 있다 우연하게 지인의 친구가 여행사 프로그램을 통해 아굴민 호수를 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해당 여행사를 수소문해서 알아낸 다음, 출발 전날에서야 겨우 여행사에 사정사정해서 내 자리를 예약할 수 있었다. 마침내 여행 당일 버스를 타고 여정을 시작했는데, 버스 안에서 사람들은 수다를 멈추지 않고 게다가 큰 음악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터라 버스에서 부족한 잠을 채우려던 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대신 알제리 최신 음악 트렌드를 나는 잘 알 수 있게 되긴 했다.

P1570989-s.jpg 멀리 보이는 산과 같은 크기를 여러 개 넘으면 호수에 도착할 수 있다
P1570996-s.jpg 초반에는 경사가 심하지 않아 야생 장미를 볼 여유가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이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성별과 연령대는 다양했는데, 모두가 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 없는 일. 급기야 산행 중간에 마주한 어느 갈림길에서 일행은 둘로 나뉘게 됐고, 나는 별다른 고민없이 급한 경사를 가는 그룹을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 선택이 얼마나 잘못된건지 절실히 느끼게 되는데,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과 머리 위로 올라오는 열기로 인해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을 정도였다.

P1580005-s.jpg 심한 경사로 이루어진 길. 다시는 이런 길로 산행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완만한 길을 선택한 그룹을 부러워하며 나는 여정을 계속했는데, 일행에서 유일한 동양인이 신기한지 사람들은 자주 내게 질문을 했다. 하지만 헐떡거리는 숨으로 인해 나는 간단한 대답마저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도착한 아굴민 호수. 갈수기인 탓에 호수의 물은 많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호수는 사람이 아닌 소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P1580071-s.jpg 소들의 천국, 아굴민 호수

소를 바라보면서 꿀맛같은 휴식을 취한 후, 나는 배가 점점 고파온다는 사실과 점심식사를 제대로 챙겨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출발지점으로 복귀하는 시각은 3시간 후이니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에 뭐라도 먹어 허기를 달래야 했다. 그러나 자연의 한 가운데 식당이 존재할 리가 없었다.


나는 내 주변을 훑었고, 바베큐를 준비해 식사를 하고 있는 가족이 마침 내 시야에 들어왔다. 어느새 내 발걸음은 자연스레 그곳을 향했는데, 나는 먼저 여기 풍경이 어떻냐는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숨은 의도대로 그들은 내게 식사를 제안해주었다.


아주머니는 반으로 가른 바게트 빵에 그릴에서 막 구워낸 고기, 토마토와 양파를 얹혀주었다. 샌드위치를 먹으며 우리는 대화를 계속 이어갔는데, 근처 티지우주 Tizi Ouzou에서 온 이 가족은 종종 호수를 찾는다고 했다. 또한 아주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겨울의 눈이 있는 풍경이 지금보다 더 멋지다고 했다. 나는 그냥 일어서기가 미안해서 그들을 위해 간단한 그림을 선물했는데, 아저씨가 그림에 싸인을 해달라고 부탁하셨다.

P1580073-s.jpg 배고픈 내게 음식을 제공해준 어느 가족

산을 내려가는 일은 보다 산을 오르는 일보다 수월했다. 지형과 길이 눈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P1580076-s.jpg 가끔 짙은 안개로 시야가 가렸지만, 동행하는 이들이 있으니 괜찮았다

카빌리 지역에서 음식을 얻어먹은 기억은 사실 이 뿐만 아니다. 뜨거운 여름날 여행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마침 고장 난 에어컨 때문(덕분)에 나는 중간에 차를 세웠다. 인근에서 선인장 열매를 따고 있던 아저씨와 우연하게 대화를 시작했고, 그 아저씨는 그의 집 안으로 나를 들였다.

P1550544-s.jpg 집에 들어서면 닭과 개가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카빌리의 전형적인 가옥과 삶의 방식에 대해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저씨는 이야기하는 도중 알맞게 익은 무화과를 따서 우리 가족에게 건네주셨다. 무화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 좀 더 달라고 청하고 싶을 정도로 매우 달콤했던 열매였다.

P1550549-s.jpg 불청객에게 무화과를 따주는 아저씨

한 번은 카빌리 출신의 내 현지인 친구가 올리브유를 짜러 자신의 고향에 와있는데, 내가 원하면 와도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별다른 약속이 없던 나의 대답은 예스. 친구는 알제에서 5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거라 말했지만, 실은 나는 출발 전부터 더 오래 걸릴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나는 차를 멈춰 세울 것이고, 고불고불한 산악길에서 약간 헤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약간이 아니라 길을 많이 헤맸다. 카빌리 지역 최고봉인 랄라 카지자Lalla Khadjidja(최고 높이는 2,308m)를 넘어갔다가 다시 유턴을 해서 돌아왔으니, 뭐 할 말 다 했다.

P1530222-s.jpg 길을 헤매던 곳에서의 풍경
P1530231-s.jpg 왕복 2차선인 도로는 때로 1차선이 된다. 난간도 없는 도로라 자칫 잘못하면 위험할 수 있다.
P1530253-s.jpg 고도가 높아질수록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보인다. 아프리카의 눈.

우연히 멈춰 선 어느 마을에서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고, 나는 동네 주민분들에 이끌려 주민회관에 들어갔다. 공식적으로는 그들이 나를 초대한 것이지만, 사실은 배고픔에 못 이겨 내가 음식 냄새에 다가갔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작은 마을회관에 들어서자 주민분 중 한 명이 나를 앉히고 전통음식인 쿠스쿠스 한 접시를 가져다 주셨다. 지역마다 재료가 약간씩 달라지는 쿠스쿠스. 특이하게도 그 마을에서는 쿠스쿠스에 계란을 넣는데, 맛이 좋았다. 나는 배고픔에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 다음 그들에게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P1530274-s.jpg 계란이 들어간 쿠스쿠스

마을회관에 나와 나는 주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싶어, 어느 할아버지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할아버지께서 셔터를 깊숙히 누르는 바람에 카메라가 흔들려 나의 머리 윗부분은 찍히지 않았지만, 유쾌한 기억은 충분히 기록됐다.

P1530280-s.jpg 주민회관 앞에서 기념촬영

배를 든든히 채우니 속은 편안해졌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편하지 않았다.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친구 집을 찾지 못했으니까.

P1530302-s.jpg 친구의 집은 저 산의 뒤편

어렵사리 친구의 집에 도착해서 나는 곧바로 잠에 곯아떨어졌다. 다음날 아침 친구의 동네를 잠깐 둘러보고, 친구와 나는 올리브유를 짜내는 방앗간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Dz_16_320.jpg 막 따낸 올리브를 며칠 동안 마당에 널어둔다
Dz_16_359.jpg 시간이 지날수록 올리브는 점점 쭈글쭈글해지는데, 그때는 직접 먹어도 될 정도의 맛이 된다.

방앗간 마당은 나뭇가지 등으로 경계가 이루어진 여러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는 각 집마다 가져온 올리브를 구분하기 위한 것이었다. 친구는 다른 집보다 자신의 올리브가 더 좋은 것이라 말했지만, 내 눈에는 사실 다 똑같이 보일 뿐이었다. 우리는 연기가 폴폴 새어 나오는 방앗간 건물 안으로 이동했다.

Dz_16_352.jpg 가운데 거대한 맷돌이 올리브를 우선 분쇄한다

올리브는 거대한 맷돌에 의해 우선 분쇄된 뒤, 망태기에 담겨 압착기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압착기는 위아래로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큰 압력에 의해 새어나온 올리브기름은 아래로 흘러가고 이후 중력에 의해 기름은 더 아랫쪽으로 자동적으로 넘겨지게 되는 식이었다. 아랫 창고에서는 다른 층을 이루고 있는 이 기름과 이물질을 서로 분리해내고 있었다.

Dz_16_330.jpg 분쇄된 올리브가 망태기에 담기는 과정
Dz_16_328.jpg 압착에 의해 기름이 흘러나온다
Dz_16_374.jpg 압착기에 의해 납작하게 눌린 망태기

전통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고는 하나, 많은 부분은 기계의 힘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맷돌. 옛날 사진을 보면 소가 거대한 맷돌을 끌었을 것이다. 올리브는 과거에서부터 카빌리 지역의 경제에 주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열매로 또는 올리브유의 형태로 지금까지도 알제리 곳곳에서 대량으로 소비되고 있다.


한편 카빌리 지역에 산만 있지 않다. 특히 베자이야는 바다의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P1120407-s.jpg 베자이야의 상징, 카르봉 곶 Cap Carbon
P1120437-s.jpg 이 곳의 주인은 어쩌면 원숭이들이다
P1120397-s.jpg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풍경이 아름답다

바다에 와서 해수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 조금은 두려웠지만 다이빙 또한 빼놓을 수 없었다. 물에 빠져드는 순간에 들려오는 주변의 함성소리!

P1150345-s.jpg 두려움이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

이런 여러 추억들로 인해 나는 카빌리를 비참함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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