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침, 사무실 복도에 되게 센 향수가 스쳤다. 팀장은 한 주 마무리를 위해 전 직원에게 메일을 돌렸다. 정리, 검토, 공유. 회사는 늘 같은 단어로 사람을 조인다.
나는 커피를 따르며 생각했다.
‘나는 얼마나 더 여기서 버틸 수 있을까.’
그때 서주가 다가왔다.
“내일 시간 돼? 잠깐 바람이라도 쐬자.”
“좋아요.”
“너 요즘 얼굴이 계속 변해.”
“나빠졌죠?”
“아니. 네 얼굴이 드디어 네 얼굴이란 말이지.”
그 말이 가슴에 오래 남았다.
창밖으로 미세한 비가 내렸다. 사무실 창문에 빗방울이 붙었다가 미끄러졌다.
내 마음도 그런 상태였다. 붙어 있어야 보이는 마음. 떨어져야 보이는 마음.
오후 회의, 예상보다 길어졌다. 팀장은 결과에 조금 아쉬워했다.
“조금 더 힘 있었으면 좋겠네.”
나는 웃으며 말했다.
“힘을 억지로 내면, 다른 게 부러질지도 몰라서요.”
팀장이 내 얼굴을 오래 봤다.
“자영 씨가 그런 말을 할 줄이야.”
내가 달라졌다는 걸 그제야 알아차린 듯한 표정이었다.
퇴근길, 혼자 카페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찬바람이 창문 틈으로 들어왔다.
나는 아주 천천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붙이던 얼굴에서 지워진 얼굴로,
지워진 얼굴에서 다시 자라는 얼굴로.
그 문장을 쓰고, 손을 놓았다.
나는 이제 누군가의 시선을 위해 내 얼굴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바꿀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방향일 때만이다.
집으로 돌아와 세면대 앞에 섰다. 거울 속 얼굴은 여전히 어딘가 부족했지만, 적어도 도망치지 않았다.
눈썹은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중심이 흐려졌다가 다시 잡히려는 얼굴이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심호흡을 길게 했다.
눈썹이든 마음이든, 사라지면 다시 자라난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내일은 눈썹 대신, 표정을 먼저 보자.
그리고 조금 더 나를 믿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