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출근길 유리문에 비친 얼굴은 지워진 눈썹 위로 다시 자라나는 무언가를 품고 있었다. 어색하지만 괜찮았다.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모습을 견딜 수 있게 된다. 나는 나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소정이 말했다.
“언니, 뭔가 더 눈에 띄어요.”
“내가요?”
“네가 훨씬 편해 보여.”
나는 짧게 웃었다. 눈썹이 없어져도 편해 보일 수 있다니, 그게 기적처럼 느껴졌다. 사실 나는 편해진 게 아니라, 포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포기가 오히려 나를 살리는 것 같았다.
회의 시간, 팀장이 묻지도 않고 내 발표를 지목했다.
“자영 씨, 지난번 아이디어로 다시 잡아서 설명해 주세요.”
예전 같았으면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숨을 들이켰다.
천천히 말했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의 시선에 맞추려 노력하지 않고, 내 말에 맞추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회의가 끝났을 때 팀장이 말했다.
“오늘 좋았어요.”
진심 같지도, 거짓 같지도 않은 어중간한 말. 하지만 오늘은 그것마저 괜찮았다.
점심시간에 서주가 말했다.
“자영아, 요즘 너 얼굴 되게 좋다.”
“눈썹이 없는데요?”
“응. 그래서 더 좋아.”
서주는 내 얼굴보다 표정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게 고마웠다.
퇴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범석을 마주쳤다.
“요즘 연락 잘 안 되네요.”
“그랬나요.”
“바쁘셨어요?”
“그냥요.”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
“혹시… 나 때문에 불편했어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제 문제였어요.”
“그럼 다행이네요.”
다행이라는 말이 왜 이렇게 씁쓸할까.
그의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마음은 어디에도 머물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 거울을 봤다. 지워진 눈썹 자리에 작은 솜털이 자라나고 있었다. 이건 가짜가 아니라 진짜였다. 기다려야 나온다는 사실이, 오히려 위로 같았다.
오늘도 아직 어설프고 불안한 표정. 하지만 그 표정은 남의 기준에서 벗어난 표정이었다.
나는 나를 다시 배우고 있다.
보이는 얼굴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