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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May 03. 2024

가방 속의 스틱은

마법 지팡이

가슴속에 사표 한 장 정도 품고 다니는 게 직장인이라는 말이 있던데, 요즘 나는 가방 속에 스틱을 품고 다닌다. 가방 안의 스틱은 마치 마법이 깃든 듯,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러나 연습실에서 가방밖으로 나온 스틱은 좌절감을 주기도 한다.

레슨시간을 1시간에서 30분으로 줄였다. 어차피 다 소화가 되지도 않고, 개인 연습해야만 실력이라는 게 생기기 때문이다.

요즘은 메트로놈 100의 곡을 연습한다. 게다가 엇박자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렵다. 발과 손이 따로 놀아야 하는데 자꾸 연동된다. 계속 반복해서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이 대단하다.


오랜만에 개인 연습을 왔다. 생각보다 잘 안되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진다. 연습을 마치고 나온 연습실 복도에서 아저씨 몇 명과 마주쳤다. 딱 봐도 그냥 아저씨들이다. 음악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도 그렇겠지? 하며 속으로 웃는다. 한 분은 왠지 연습실에서 쉬다 나오신 듯한 표정이다. 퇴근하고 연습실 들려서 개인 연습하려 했으나 몰려오는 피로를 이기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이제 다음 주엔 좀 더 어렵습니다. 오른발이 잘 안 되죠? 그래도 더블 베이스까지 하셔야죠’

꿈에서나 쳐본 것 같은 더블 베이스라니

그래도 베이스 밟는 것에 있어서 그동안 오해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으니, 한번 기대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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