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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쪼개서 살자

유한요소

by 글치

무한한 비선형의 세계, 인생

자연계의 모든 현상은 비선형적이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적분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게다가 세상을 설명하고 있는 몇몇 미분 방정식은 아직도 답을 구하기조차 불가능합니다. 저는 기상청의 오보를 너무 질책하지 않는 편입니다. 기상청은 유체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미분방정식을 푸는 집단입니다. 수학의 천재들도 아직까지 풀지 못한 미분 방정식을 푸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오답이 나오고, 못 풀 수 있습니다. 아무리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석박사 인력이 투입되어도 어렵습니다.


따지고 보면, 인류가 풀 수 있는 문제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너무 비선형적이라 풀기 어려우니까. 선형적인 상태까지 쪼개서 풀어보자는 것입니다. 아주 비선형적인 곡선도 아주 작은 구간으로 나눠서 보면 선형처럼 보입니다. 선형은 계산이 쉽고, 계산이 쉽다는 건 예측이 된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제품의 개발은 이런 방식을 통해서 이뤄집니다. 우리는 완벽한 정답을 구해서 기술의 발전을 이루지 않았습니다. 오차를 줄여갈 뿐이지 약간의 오답을 구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이렇게 현상을 작게 쪼개서 예측해 보는 방식을 ‘유한 요소법‘이라고 합니다. 무한하게 쪼개서 계산하는 것을 미분이라고 하면, 이 방식은 그와 다르게 ‘유한‘ 하게 나눕니다. 그래서 완전한 답은 구하지 못합니다만, 근사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생을 쪼개자


마치 마인 크래프트나 레고 같은 방식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자동차를 만든다고 할 때 실제 자동차에 비하면, 마인크래프트나 레고를 사용해서 만든 자동차는 조금은 어설퍼 보입니다. 그렇지만 자동차의 기본적인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조금 더 발전시켜서 좀 더 세밀한 레고 블록으로 자동차를 구성하고 계산을 해보는 것입니다. 마치 아래의 그림과 같습니다. 자동차의 충돌 같은 복잡한 상황을 유한개의 요소로 쪼개진 자동차를 이용해 계산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충돌을 예측하기 위한 유한요소모델 - Altair


인생도 유한하게 쪼개서 살자

우리의 인생처럼 비선형적이고 특이점이 많은 방정식이 있을까요? 그러니 인생을 예측이 가능한 작은 구간으로 나눠서 살아가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러면 예측도 되고, 예측이 되니 통제가 가능한 영역이 늘어납니다. 예측이 가능한 구간은 어느 정도의 시간일까? 1년일까요? 올 한 해 얼마나 기묘하고, 예측하지 못한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는지 생각해 본다면, 1년은 너무 길다는 것에 모두 동의하실 겁니다. 1달? 1달 사이에도 수많은 일이 일어나고 정신없이 지나가죠. 정신은 아마 월급 들어오는 날 정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금세 월급과 함께 어디론가 정신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아휴 정신없어.‘


요즘 제가 제일 많이 하는 말 같습니다.

그러면, 1주일? 1주일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솔직히 하루를 권하고 싶습니다. 오늘만 사는 원빈 아저씨처럼 오늘 하루만으로 한정 지어 인생의 방정식을 풀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이점이 많습니다.


진정으로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고 충실 하라 - 니체



우리가 집중해야 할 ‘현재 이 순간‘을 저는 하루의 시간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하루의 스케일로 반복되는 루틴을 만들어 실행하고, 서로 격려하는 모임을 갖기도 하는 것입니다. 하루 스케일의 삶의 계획과 실천 그리고 평가는 우리에게 ’할 만한 일’로 다가옵니다. 그것을 기록과 함께 추진해 간다면, 삶의 성취감이 쌓이고, 그 하루하루가 누적되어 어떤 비선형적인 곡선을 그릴 지라도 우리는 훌륭한 하루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예측하는 유한요소의 최소 크기는 ‘하루’인 것이죠.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https://ko.wikipedia.org/wiki/유한요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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