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물과 혼합물
화합물은 각각의 재료가 화학반응을 해서 제3의 재료가 된 경우입니다. 혼합물은 각각의 재료가 그대로인 채로 잘 섞여만 있는 것입니다. 우리 각 사람이 하나의 재료라고 하면 우리는 조직에서 화합물이어야 할까요? 혼합물이어야 할까요? 결론적으로 직장에서 우리는 화합이 될 수 없습니다. 적당히 혼합되어 있을 뿐입니다.
경영진에서는 아쉬워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뜻은 아니지만 직장 내 화합을 마치 화합물이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물론 화합(和合)과 화합(化合)은 다른 말입니다. 언어유희적으로 표현해봤습니다. 화합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원래 특성은 사라지고, 직장이 원하는 무언가가 되도록 요구합니다. 그리고, 협업에 있어서도 각 팀 혹은 직원 각자의 특성이 사라지고 제3의 무엇, 이상적인 어떤 가상의 협업맨이 나타나길 기대합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직장에서의 우리는 혼합만 가능합니다. 혼합되어 있는 개인들에게 화합물이 되도록 에너지를 투입하면 스트레스만 증폭됩니다.
혼합은 결코 열등하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 유용한 혼합물이 정말 많습니다.
공기
소금물
아스팔트
우유
콘크리트
화장품
탄산음료
혼합물은 각각의 특성이 살아 있으면서 어떤 목적에 맞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분리해 낼 수도 있습니다. 고도로 혼합된 혼합물은 마치 화합물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잘 섞였을 뿐인데도 말이죠.
공기가 지금의 비율이 아니라면, 지구는 지금과 같은 아름다운 모습이 될 수 없었습니다. 혼합물에는 어떤 황금비율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직장에서의 혼합에도 동일합니다.
예를 들면, 능동적 성향과 수동적 성향의 직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능동적으로 업무를 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모두 능동적인 사람만 있으면 수동적인 일을 아무도 하려 하지 않습니다. 직장에는 수동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도 존재합니다. 만일 서로 주도하려고만 한다면, 오히려 팀워크가 저해됩니다. 성향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두 성향의 사람들을 적절한 비율로 혼합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프로젝트나 부서의 업무 등을 고려한 혼합 배치가 중요합니다.
세상이 혼란해지고,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다 보니 관계에 있어서도 혼돈이 있습니다. 혼합이어야 할 관계에 화합을 요청하고, 화합이 되어야 할 관계가 혼합에서 멈추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스트레스를 만들어 냅니다. 올드 스쿨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부부야 말로 혼합이 아닌 화합으로 결합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굳이 말하자면 공유 결합 같은 방식의 단단한 것이어야 이상적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부부관계는 혼합 조차 되지 않는 듯 보일 때도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오히려 조직 문화는 혼합이 아닌 화합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성원이 그 조직이 원하는 어떤 상태로 변화하길 바랍니다. 상태를 변화시킬 만큼의 큰 에너지를 들일 계획이라면, 차라리 혼합의 황금 비율을 연구하고 각 사람의 능력과 성향이 더욱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부서의 혼합 비율을 생각해보니 의외로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화합물
https://ko.wikipedia.org/wiki/혼합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