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의 필터링
회사에서 매년 글로벌하게 퍼져있는 직원들이 다 같이 만나는 자리를 갖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이런 만남의 시간을 계획하고 진행합니다. 팬데믹 시즌을 지나면서 온라인을 활용한 비대면 기술과 문화가 보편화되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의 만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사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국 만납니다. 이런 비효율적인 일은 왜 일어나는 걸까요?
이미 화면을 통해서 회의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이제는 그 효율성에 젖어들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회의들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로 인한 시간과 비용의 절약은 무시 못할 장점입니다. 하지만 어떤 결핍을 느낄 때까 있습니다. 그 무형의 결핍이 무엇일지 생각해 봤습니다. 전달되어야 할 무언가가 막힌 것은 아닐까? 온라인은 모든 정보가 디지털 신호화 되어서 전달됩니다. 하지만, 전파를 통해서 전달될 때에는 제한 적인 부분만 전달이 됩니다. 일종의 필터링이 됩니다. 전기신호는 필연적으로 필터링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무언가를 확실히 차단하고 있는 샘입니다. 음성과 영상이 송출되지만 전달이 안된 무언가가 존재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느껴지는 진동이 있습니다. 모든 사물이 각각의 고유 진동수를 갖고 있듯이 사람도 그러합니다. 진동은 파동의 형태로 서로 겹쳐서 증폭되거나 감쇠됩니다. 이런 현상을 간섭이라고 합니다. 간섭이라는 단어가 왠지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중립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각각의 파동은 서로 간섭을 통해 조화를 이룹니다. 그것은 음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노이즈캔슬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비슷한 대역의 주파수는 공명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미 우리가 많이 활용하고 있는 영역들입니다. 이처럼 간섭은 좋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만나서 뿜어내는 파장은 서로 간섭되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공감과 시너지 같은 것들이죠. 온라인의 만남이 갖는 근본적인 필터링은 우리가 간섭할 기회를 제한시키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만나게 됩니다. 만나서 아무런 간섭을 일으키지 않을 생각이면 만남은 무의미하겠지만요. 비용과 시간이 커지면 조금 더 집중하게 되고 그만큼 간섭의 이득을 얻게 됩니다.
수백 명이 모여서 킥오프 미팅을 하면서 드는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아마도 경영진 입장에서는 필터링되지 않은 본인들의 파장을 전달하고 싶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것은 확실히 녹화된 메시지를 공유하는 것보다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효과적입니다.
협업에 있어서 어떤 추상적인 어려움이 생기고 스트레스받는다면, 필터링 없는 만남을 시도해 보세요.
https://ko.wikipedia.org/wiki/간섭_(파동_전파)
https://ko.wikipedia.org/wiki/필터_(신호_처리)
https://ko.m.wikipedia.org/wiki/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