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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미를 건져 올리다

정보과잉

by 글치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을 켜면 하루도 빠짐없이 수십 개의 알림이 쏟아집니다. 단체 채팅방엔 아직 읽지 않은 메시지가 수백 개, 유튜브는 오늘도 ‘당신을 위한 추천 영상’을 끝없이 띄워주고, 뉴스 앱은 ‘지금 놓치면 안 될 헤드라인’을 강조합니다. 퇴근 후 소파에 앉아도 머릿속은 복잡합니다. “그 회의에서 어떤 말을 했어야 했지?”, “이건 공유해야 하나?”, “요즘 내가 너무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많은 정보를 접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보가 많다는 건 선택이 많다는 뜻이고, 선택이 많다는 건 자유로움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피로도도 큽니다.


과잉된 정보, 오히려 결정을 방해하다

정보과잉(information overload)은 말 그대로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정보가 주어졌을 때 오히려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심리학자 알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이미 1970년대에 정보의 과잉이 혼란과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 인지심리학에서는 ‘정보와 의사결정의 관계’를 U자형 곡선으로 설명합니다.

정보량이 일정 수준까지는 판단을 돕지만, 최적점을 지나면 오히려 판단이 느려지고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정보가 많고, 생각할 시간이 많으면 사람은 자잘한 부분에 더 신경을 씁니다. 사소한 차이에 매몰되고, 본질보다 부수적인 것에 에너지를 쏟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 우리는 자주 묻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을까?”


홋타 슈고는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현대는 정보의 양이 과거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지면서 ‘정답이 없는 시대’가 됐다.”


정답이 없다는 건, 방향을 잃기 쉽다는 뜻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을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의미를 묻습니다.


중요한 건 정보가 아니라 ‘의미’입니다

캐나다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은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말합니다.

“의미는 혼돈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줄 해독제다.”


정보가 혼란을 낳는다면, 의미는 방향을 줍니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선, 정보를 덜어내고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내는 힘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단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닙니다. 더 좋은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더 빠르게 일처리를 하기 위해, 또는 더 많은 인사이트를 확보하기 위해서만 일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일을 왜 하는가, 지금의 관계가 내 삶에 어떤 가치를 주는가, 이 하루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직장인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디에서 의미를 찾고 있나요? 의미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구체적으로 길어 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매주 팀원 한 명과 점심을 같이 먹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

•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때, ‘이번 일에서 배운 한 가지’를 다이어리에 한 줄 남기는 습관

• 하루의 끝에 오늘 가장 뿌듯했던 순간 하나를 가족이나 친구에게 말해보는 일

• 눈앞의 결과만 보지 않고, ‘이 일이 사회에 어떤 작은 기여를 하고 있는가’를 연결해 보는 시도


우리는 정보를 줄일 수는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정보에 끌려다니기보다,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다시 선택의 주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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