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 멈춤 알고리즘
아이스크림은 많고, 맛있습니다.
아이스크림 할인점 앞을 지날 때면 아이들은 늘 발길을 멈춥니다.
냉동고 안에는 초코, 쿠앤크, 자몽, 바닐라, 말차, 티라미수… 이름도 생김새도 가지각색인 아이스크림이 가득합니다.
제 딸아이는 그 앞에서 늘 긴 시간을 보냅니다.
하나 집었다가, 또 내려놓고.
신중히 중얼거립니다.
“아니야, 이건 지난번에 먹었고… 저건… 그건…”
결국 하나를 고르지만, 고르고 나면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아… 근데 그 딸기맛도 맛있을 텐데…”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조금 안쓰럽기도 합니다.
이토록 많은 선택지 앞에서 하나를 고른다는 건, 어쩌면 아이가 감당하기엔 벅찰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어른이 된 우리와도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직장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 앞에 섭니다.
오늘도 슬라이드에 어떤 사진을 넣을지를 고민하다 한참을 보냈습니다.
마치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딸아이처럼 말입니다.
게다가,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택은 훨씬 무겁습니다.
이직을 할까, 팀을 옮길까,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을까…
그럴 때마다 저 역시 어른스럽지 못한 마음을 마주하곤 합니다.
선택을 미루고, 그 이유를 ‘신중함’이라는 말로 포장합니다.
하지만 정말 신중해서일까요?
사실은 후회가 두려워서입니다.
우리는 때로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것보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려 애씁니다.
그런데, 그런 선택이 정말 존재할까요?
이런 질문 앞에서 저는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에서 소개된 최적 멈춤 알고리즘을 떠올립니다.
인생의 중요한 선택들—직장, 연애, 집 구하기 같은—을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고민할 때, 이 알고리즘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가이드를 제시합니다.
“전체 선택 기회 중 약 37%를 경험해 보고,
그 이후 처음으로 가장 나은 대상을 만나면 멈추라.”
즉, 모든 선택지를 끝까지 본다고 완벽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완벽’은 늘 지나간 다음에야 보입니다.
선택은 망설인다고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고,
그 선택을 어떻게 살아내느냐가 결국 인생의 완성을 만들어갑니다.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한 망설임보다,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려는 태도,
그게 삶을 만듭니다.
딸아이는 다음에도 또 다른 아이스크림을 고를 겁니다.
이번에도 고민하고, 또 아쉬워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요.
모든 맛을 다 고를 수는 없다는 걸.
그리고 고른 것을 더 맛있게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되겠지요.
저 역시 지난 선택들을 돌아봅니다.
완벽히 성공적인 선택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선택도 저에게 슬픔만 주진 않았습니다.
절망 속에서도 배울 것이 있었고,
기쁨 속에서도 부족함은 분명히 보였습니다.
딸기맛은 성공이고 초코맛은 실패라고 말할 수 없는 게, 그게 바로 인생 아닐까요.
직장인인 저에게도, 여러분에게도
‘최고의 선택’을 보장해 주는 공식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고민은 짧게, 태도는 깊게.”
그것이 어른의 선택 아닐까요.
저는 오늘, 후회하지 않음을 선택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선택을 즐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