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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perfect but start

불완전한 시작이 만들어가는 성과

by 글치

평소에도 아이디어가 자주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완벽하지 않습니다. 거창한 설계도나 치밀한 전략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저 단편적인 생각의 조각일 뿐입니다. 두세 줄의 메모, 허술한 도식 하나, 혹은 스케치북 한 귀퉁이에 그려본 낙서. 그런 모습으로 시작될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그 조각들을 흘려보내지 않으려 합니다. 아무리 거칠고 불완전해 보여도 일단 적어 둡니다. 그리고 슬라이드를 한 장 만들어 둡니다. 시간이 나면 관련 근거 자료를 찾아보고, 그 슬라이드에 한두 장을 덧붙입니다. 어느 날 기회가 생기면 실행 계획을 세워 봅니다. 물론 그 계획은 처음엔 단순하고 허술합니다. 빈틈도 많고, 비현실적으로 보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작은 초안에서 출발한 것들이 시간이 흐르며 실제 프로젝트가 되고,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돌아보면, 제 성과의 대부분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한 줄의 메모, 한 장의 슬라이드, 한 번의 거친 시도가 작은 씨앗이 되었습니다. 그 작은 시작은 주로 3B, 즉 Bed, Bathroom, Bus라 불리는 순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있을 때, 화장실에서 한가한 생각을 할 때, 버스 창가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문득 스치는 단상들. 그 순간에 적어둔 메모들이 조금씩 살을 붙이고, 형태를 갖추며, 논문이 되고 기획안이 되고, 현실의 프로젝트로 이어졌습니다.


놀라운 성과를 이룬 사람들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역시 초기의 전기차 시도는 문제투성이었습니다.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충전 인프라 부족, 가격 논란, 생산 지연이 잇따랐습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한 시도들이 쌓여 오늘의 전기차 시대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언제 저런 일을 하나…” 하고 주저하기보다는

“지금 떠오른 생각으로, perfect 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자.”


처음부터 완벽하려고 애쓰다 보면 오히려 시작은 더디기만 합니다. 고민은 쌓이고, 기회는 흘러갑니다. 중요한 것은 작은 메모, 서툰 초안, 허술한 한 장의 슬라이드 같은 작고 불완전한 시작입니다. 바로 그 작은 시도가 성과로 이어지는 첫걸음이 되니까요.


Not perfect but start.

그저 그렇게 조금씩 만들어가며, 완성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트레스받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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