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의 금지된 사랑.
한 번쯤은 성 내부 투어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연인과 왔다면 느긋하게 장미정원을 거닐며 로맨틱한 분위기를 즐기기에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곳은 과거 페르디난트 황태자와 그의 아내 조피(Žofie Chotková)의 비밀 연애 장소이기 때문이다.
프란츠 페르디난트와 조피의 금지된 사랑
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와 조피의 첫 만남은 황태자가 프라하의 군인으로서 복무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날씬한 몸매에 검은 머리와 갈색 눈동자 그리고 귀족적인 품격을 가진 조피를 보자 그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조피의 가문은 호테크 백작의 가문으로서 보헤미아의 유력 귀족 가문이었으나, 당시 조피는 황태자와 결혼을 할 수 있는 신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당시 이 둘의 연애는 큰 스캔들로 퍼지게 된다. 그러나 사랑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법, 결국 황태자는 황제 앞에서 그들이 결혼할 것임을 선언하게 된다.
이 소식은 전역에 빠르게 퍼졌고 황제 또한 이를 황권에 대한 반역으로 매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태자는 사랑을 굽히지 않고 차기 황권을 내려놓을 작정으로 결혼을 진행했다. 결국 황제는 황태자에게 1년의 말미를 주었고 1년 후에도 조피와의 사랑이 식지 않았다면 결혼을 시키겠노라 하고 약속을 했다.
1년이 지난 후에도 그들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고 결국 황제는 1899년 그들의 결혼을 허락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피는 귀천상혼이라는 이유로 가문에서 푸대접을 받게 된다. 결혼식에는 소수의 인원만 참여했고 황태자의 ‘정식 아내’였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지위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조피는 이러한 냉대에 기죽지 않고 왕궁 생활에 적응했다. 조피의 헌신적인 내조로 인해 다혈질적이었던 황태자도 온화한 성격으로 변하고 황태자로서의 업무도 잘 이어갔다.
시간이 지나 1914년 6월, 14년간의 노력을 통해 마침내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첫 번째 방문지가 사라예보였는데, 안타깝게도 결혼 14주년인 그날 그들은 사라예보에서 암살을 당하게 된다. 황태자는 죽는 순간에도 죽어가는 아내를 향해 “아이들을 위해 제발 살아 달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둘 다 사망하게 되고 이는 세계 제1차 대전의 발발로 이어지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배경지식을 알게 되면 이에 대한 폭넓은 생각과 상상을 하게 되고 좀 더 깊이 그리고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코노피슈테 성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성 자체는 화려하거나 볼거리가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설이나 숨겨진 이야기를 모른다면 시시하다고 생각했을 법한 곳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을 알고 둘러보게 된다면 벽에 새겨진 장식 하나하나, 그리고 정원에 있는 동상 하나하나에 의미가 실제로 다가오게 된다.
성을 뒤로하고 역으로 향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프라하처럼 화려한 볼거리나 호화스러운 성이 있지는 않지만 여러 전설과 성 게오르기우스의 유물, 그리고 비극적이지만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있게 한 장미정원을 거닐며 페르디난트 맥주를 홀짝인다면 프라하 근교에서 즐길 수 있는 이보다 좋은 데이트 코스가 있을까?
오늘도 외로이 내 옆자리를 지키고있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쓸쓸히 프라하 역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