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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선규 Mar 29. 2016

체코 카를슈테인, 로마 황제의 보물창고 #2

까를슈테인의 악마

<까를슈테인의 악마>

새로운 성을 짓기 위해 투입된 많은 사람들이 까를슈테인으로 몰려왔다. 프랑스 건축가인 마티아스(Mathias) 계획에 따라 석공들은 기초를 다지고 성벽을 쌓아 올렸다. 목수들은 도끼를 사용해서 지붕 기초를 다지고 석수들은 지붕을 덮을 돌을 준비했으며, 기와공들은 지붕에 진흙을 발라 단단하게 했다. 그리고 대장장이들은 문고리와 잠금장치 등을 만들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성을 지었고 서서히 완성되어 갔다. 보헤미아의 왕이자 로마의 황제인 까를 4세는 종종 까를슈테인에 들러 그의 명대로 성이 지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기간동안 모든 노동자들은 물품들을 쉽게 공급받기 위해 베룬카(Berounka)강 근처에 나무 오두막을 지어 생활했다. 하지만 강 근처 협곡에 두 악마가 짐을 실은 마차를 공격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곧 공포에 휩싸였다. 소문은 소문을 낳아 결국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까를4세는 궁여지책으로 악마를 죽이기 위해 상금을 내걸었지만 왕의 기사 조차 악마와 싸우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아무도 나서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금빛 머리의 젊은 기사가 왕에게 찾아왔다. 그는 왕에게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하며 얘기했다. 

“로마의 황제이자 보헤미아의 왕이신 까를 4세 왕이시어 제가 악마를 죽이고 이곳의 평화를 되찾아 오겠습니다.”

기사의 당당한 모습을 본 황제는 대답했다. 

“좋다. 내가 드디어 악마를 물리칠 용사를 찾았구나! 말해보거라 너가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 주겠다.”

이에 젊은 기사는 답했다.

“황제 폐하 저는 특별한 것은 필요치 않습니다. 다만, 마른 콩 한 자루와 두 마리의 말 그리고 소금 한 포대면 충분합니다.”

황제는 미심쩍었으나 그가 요구하는 것들을 제공해줬다. 

용맹한 기사는 한 마리 말에는 소금에 절인 콩 한 포대를 싣고 나머지 한 마리는 본인이 탄 뒤 악마가 살고 있다는 협곡으로 향했다. 협곡에 들어서기 전, 그는 가지고 온 소금에 절인 콩 한 포대를 협곡 앞에 쏟은 뒤 근처 나무 뒤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콩 냄새를 맡게 된 두 악마는 '키익키익' 소리를 내며 협곡 아래로 내려와 콩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악마는 산양의 구부러진 뿔을 가졌고 빨간 눈과 날카로운 발톱, 그리고 새빨갛고 긴 혀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매우 배가 고팠는지 떨어진 콩을 마지막 하나 까지 쉴 새 없이 주워 먹었다. 

다먹고 난뒤 정신을 차린 악마가 다른 악마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형제, 내 생각에는 이 근처에서 인간의 냄새가 나는거 같애. 그리고 나는 아직 배고프다고, 생각해봐 말과 콩 자루가 있는데 사람이 없는게 말이 안되지 않아?”

“아니야 미안하지만 난 더 이상 배가 고프지 않아. 난 지금 목이 매우 마르다고.”

배가 고픈 악마는 혼자 있기 싫었기 때문에 결국 둘은 같이 길 근처에 있는 연못으로 가서 물을 먹기 시작했다. 연못 만큼의 물을 다 마셨을 때 쯤, 그들의 배속에서 조금전 먹은 콩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엄청난 복통 전해져왔고 악마들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배가 터져서 죽고 말았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젊은 기사는 만족한 듯 다가와 악마의 가죽을 벗겨내고 말에 실어 까를슈테인으로 돌아왔다. 이 소식을 들은 까를4세는 곧바로 젊은 기사를 찾아왔다.

"정말 성공했느냐?"

젊은 기사는 황제에게 악마의 가죽을 건내며 말했다.

“황제 폐하 제가 악마를 무찌르고 약속을 지켰습니다.”

죽은 악마를 본 황제는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정말 용감한 기사로구나, 그대에게 내가 가진 성과 금은보화를 내리도록 하겠다. 내 곁에서 나를 지키는 기사가 되도록 하여라."

비록 다른 신하들이 못마땅한 못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으나 까를 4세는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생각을 했다.

‘이런 젊고 용맹한 신하가 더 있다면 나라가 더욱 부강해지겠구나.’

다행히 그 이후로 더 이상의 악마는 나타나지 않았고 까를슈테인은 평화를 되찾았다고 한다.

협곡에 세워진 까를슈테인 성

실제로 악마가 까를슈테인에 나타났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오늘 같이 안개가 가득히 깔려있는 숲을 성위에서 보고 있자니 정말 이곳 어디엔가 악마가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난공불락의 요새인 까를슈테인 성벽을 보고 있자니 '악마마저도 여길 넘을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까를슈테인성은 견고하고 빈틈이 없다. 

까를슈테인 성의 성벽

 까를슈테인성은 프라하에서 멀지 않고 기차로 한 번에 갈 수 있어 부담 없이 여행할 만한 곳이다. 실제로 프라하에 있으면서 카를로비 바리 외에 가장 많이 갔던 곳이기도 하다. 체코 일정이 짧더라도 잠깐의 시간이 허락한다면 역사적으로나 관광 목적으로나 들러볼 가치가 있으니 꼭 한 번 가기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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