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선규 Oct 04. 2018

프라하 루팡을 잡은 성모 마리아

성 야고보 성당의 비밀

 전설, 혹은 전해지는 이야기는 머리로 상상하여 그려내는 것이지 눈으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읽고 있는 <전설을 따라가는 체코 여행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오늘 따라갈 전설의 발자취는 프라하에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야기이다.

 구시가지 광장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성 야고보 성당(Basilica of St. James)에는 특별한 것이 하나 있다.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바로 오른편을 보면 막대기 같은 물건 하나가 공중에 매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시골집 위에  흔히 부적처럼 걸려있는 북어 같기도 하고 왜 걸어놓았을지 의문이 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전설을 듣고 나면 놀람과 동시에 얼굴을 찌푸리게 된다.

가운데 황금빛으로 빛나는 성모마리아 상이 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어느 밤, 프라하의 대도(大盜)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도둑 한 명이 교회로 숨어들었다. 그의 정신은 온통 성모 마리아상에 장식되어있는 진귀한 보석들에 쏠려있었다. 성당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도둑은 조심스럽게 성모 마리아 상으로 다가갔다. 한 번 더 주위를 살피며 성모 마리아의 목에 걸려있는 진귀한 진주 목걸이를 향해 조심히 손을 뻗었다. 문제없이 마무리가 되어간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때,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던 성모 마리아 동상이 움직이며 그의 팔을 꽉 움켜 잡고는 그대로 들어 올렸다. 도둑은 놀람과 동시에 성모 마리아 동상이 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그는 옴짝달싹 못한 채 공중에 매달려 도움을 외쳤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도둑은 정신을 잃은 체 교회 관리인에게 발견되기 전까지 한 쪽 팔을 붙잡혀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성모 마리아 상이 그를 얼마나 세게 잡고 있었는지 관리인 조차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결국 관리인은 사람을 불러 그의 팔을 잘랐고 그제야 도둑은 풀려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도둑의 잘린 팔은 여전히 성당에 남아있으며 여전히 세상 사람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성당 입구 오른쪽에서 도둑의 잘린 팔을 볼 수 있다.


성 야고보 성당은 구시가지 광장에서 멀지 않아 쉽게 방문할 수 있다. 다만 구시가지 광장에서부터 모세혈관 처럼 뻗은 길이 우리의 방향감각을 잃게하기 충분하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지도를 따라가야 한다.


시계탑에서 구시가지 광장으로 들어와 틴성당을 바라보면 왼쪽에 작은 골목이 있다. 작은 골목을 쭉 걸어 틴성당을 지나 작은 아치 형태의 문을 통과하면 장미 오일로 유명한 보타니쿠스 화장품 가게가 나온다. 보타니쿠스를 지나쳐 아치 형태의 문을 하나 더 통과한 뒤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우리가 찾는 성당이 나오게 된다.


성당의 입장은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찾는 '도둑의 잘린 팔'은 성당에 들어가지 않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성당 우측 현관문 유리창을 사이로 시선을 위로 향하면 무언가 꺼림칙한 막대기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찾던 '도둑의 잘린 팔'이다.


성 야고보 성당은 실체 없이 전설만을 따라다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자 프라하에 흥미를 한층 높여주는 MSG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책에 소개되어있는 전설들이 허무맹랑하게만 느껴진다면 이곳을 꼭 들러보길 바란다. 



이전 08화 프라하 르제테조바(Řetězová) 거리의 숨은 이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