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야고보 성당의 비밀
전설, 혹은 전해지는 이야기는 머리로 상상하여 그려내는 것이지 눈으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읽고 있는 <전설을 따라가는 체코 여행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오늘 따라갈 전설의 발자취는 프라하에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야기이다.
구시가지 광장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성 야고보 성당(Basilica of St. James)에는 특별한 것이 하나 있다.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바로 오른편을 보면 막대기 같은 물건 하나가 공중에 매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시골집 위에 흔히 부적처럼 걸려있는 북어 같기도 하고 왜 걸어놓았을지 의문이 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전설을 듣고 나면 놀람과 동시에 얼굴을 찌푸리게 된다.
어둠이 짙게 깔린 어느 밤, 프라하의 대도(大盜)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도둑 한 명이 교회로 숨어들었다. 그의 정신은 온통 성모 마리아상에 장식되어있는 진귀한 보석들에 쏠려있었다. 성당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도둑은 조심스럽게 성모 마리아 상으로 다가갔다. 한 번 더 주위를 살피며 성모 마리아의 목에 걸려있는 진귀한 진주 목걸이를 향해 조심히 손을 뻗었다. 문제없이 마무리가 되어간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때,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던 성모 마리아 동상이 움직이며 그의 팔을 꽉 움켜 잡고는 그대로 들어 올렸다. 도둑은 놀람과 동시에 성모 마리아 동상이 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그는 옴짝달싹 못한 채 공중에 매달려 도움을 외쳤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도둑은 정신을 잃은 체 교회 관리인에게 발견되기 전까지 한 쪽 팔을 붙잡혀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성모 마리아 상이 그를 얼마나 세게 잡고 있었는지 관리인 조차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결국 관리인은 사람을 불러 그의 팔을 잘랐고 그제야 도둑은 풀려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도둑의 잘린 팔은 여전히 성당에 남아있으며 여전히 세상 사람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성 야고보 성당은 구시가지 광장에서 멀지 않아 쉽게 방문할 수 있다. 다만 구시가지 광장에서부터 모세혈관 처럼 뻗은 길이 우리의 방향감각을 잃게하기 충분하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지도를 따라가야 한다.
시계탑에서 구시가지 광장으로 들어와 틴성당을 바라보면 왼쪽에 작은 골목이 있다. 작은 골목을 쭉 걸어 틴성당을 지나 작은 아치 형태의 문을 통과하면 장미 오일로 유명한 보타니쿠스 화장품 가게가 나온다. 보타니쿠스를 지나쳐 아치 형태의 문을 하나 더 통과한 뒤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우리가 찾는 성당이 나오게 된다.
성당의 입장은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찾는 '도둑의 잘린 팔'은 성당에 들어가지 않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성당 우측 현관문 유리창을 사이로 시선을 위로 향하면 무언가 꺼림칙한 막대기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찾던 '도둑의 잘린 팔'이다.
성 야고보 성당은 실체 없이 전설만을 따라다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자 프라하에 흥미를 한층 높여주는 MSG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책에 소개되어있는 전설들이 허무맹랑하게만 느껴진다면 이곳을 꼭 들러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