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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타 Oct 16. 2021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던 경험을 만들어보자.

나에게는 시간이라는 개념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것과 같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시공간의 개념을 한마디의 단어로 정리해 준다.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요리의 개념과도 닮았다.


어제도 올리브 오일에 빠져있을 뿐 싱겁기 그지 없던 브로콜리를 씹으며 “요리는 정말 어렵군” 중얼거렸다.

잘 해보려고 백주부 레시피까지 펼쳐두었고, 거들먹리며 타이머를 재보기도 했지만 손 맛의 차이인가? 도대체 나와 감바스는 인연이 될 수 없나보다. 아니면 백주부와 나의 입맛차이 인가? 영 맛이 없던 감바스였다. 


시간이라는 원물을 저마다 다른 삶의 재료를 가지고 지지고 볶는다.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간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저마다 방식대로 요리를 하며 살아간다. 


데치고 으깨는 과정에서 칼질을 잘 못하면 피가 나고, 각자의 취향대로 조리를 하니 수백만 가지의 맛이 태어난다. 각자의 시간에는 가지고 있는 경험만큼이나 천차만별의 향신료들이 존재하고 그에 따른 조리법이 존재한다.


그 와중에는 자기만의 조립법을 만들어가며 하나의 완성도 높은 음식을 만들어 내는 사람도 있고, 즉흥적으로 때와 장소에 따라 요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의  시간에는 세월의 흐름에 손맛이 더해져 깊이감이 묻어나는 작품이 되기도 한다. 


어머니 라는 제목으로 점지어진 시간의 요리들은 대부분 눈물없이는 먹을 수 없는 존재들이다. 지금의 나의 시간으로 만들어내는 요리들은 어떤 맛이 날까?

나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이라는 평범한 재료를 가지고, 나만의 조리법으로 요리하고 삶이라는 향신료를 더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에 언제나 성취감을 느낀다. 


그래서 내 삶의 시간들이 보다 정확한 언어로 표현되었으면 좋겠다. 


흐릿한 시간들에 선명한 선이 그어질때마다 분명 이유가 있을터, 그것을 기록해 놓고 가슴이 져며올때마다 들여다 보고 싶다. 


그것이 다이어리든 일기장이든 무엇이든 시간을 기록해 두고 싶은 이유다. 


요즘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분명 같은 시대 배경 속에서 살고 있지만 저마다 가지고있는 가치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살아간다. 


각자의 시간으로 만들어 내는 요리들이 풍기는 풍미가 다르고, 맛있게 만들어진 그이의 시간이 부러워 질때면 그만의 레시피가 궁금해 진다. 


그래서 그가 남긴 시간의 기록이 궁금해지고, 그 만의 레시피가 되는 시간관리가 궁금해진다. 

대단히 성공한 사업가의 하루일과가 궁금하기 보다, 나와 함께 아이를 키우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들 친구 엄마, 그녀의 하루가 궁금하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누군가의 삶의 기록을 우연히 만날때, 그이는 어떻게 손톱 정리 하듯이 인생의 시간들을 말끔하게 정돈해 내어 알차게 꾸려내는지 비법이 있다면 듣고 싶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시간들을 들춰보고 그 기록에 담긴 향과 맛을 흉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의 시간과 이야기에 집중해야 했다. 다른 이의 허울좋은 시간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해보았자, 나는 백주부가 아니므로. 


그리고 나는 내 시간의 레시피의 첫 장은 ‘미루는 습관을 이기는 방법’ 이라고 정의 내렸다. 미루는 습관을 이기는 힘을 기르는 것 만으로도 시간관리를 어떻게 해야한다는 압박과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가 아이를 낳고 돌봄 노동의 시간 속에서 지나왔던 무수한 일상 속에서 미루는 습관을 고쳐서 시간을 벌었던 과정의 레퍼런스가 누군가에게는 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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