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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nerin Oct 29. 2020

밥들 먹었어?

밥 먹었어들?

Close your eyes. 

한국어로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까요? 


일전에 한 유튜버가 얼굴의 부위를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알려주는 비디오를 본 적이 있다. 그 유튜브 타켓 시청자는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그 외국어를 배우는 한국인이었다.(그 외국어는 영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였다.)


자신의 얼굴에 직접 화장을 하면서 눈, 코, 입 등을 알려주는 신선한 콘텐츠라고 생각하며 보고 있었는데 눈과 속눈썹을 외국어와 한국어로 알려주는 그 순간에 그 한국어가 그렇게 어색하게 들리는 게 아니었다. 


eyes "눈들"

eyelashes "속눈썹들" 이라고 했다. 

그렇게 알려주는 본인 스스로도 뭔가 어색해 했다. 그 사람도 한국어 원어민이었으니까.


이걸 읽는 여러분들도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시죠? 


이처럼 한국어는 단수와 복수의 구분이 그리 엄격한 언어가 아닙니다.

 

여러분의 외국인 친구가 영어의 복수 '-s'를 한국어로 뭐라고 하냐고 하면 여러분 중 반 이상은 아마도 '-들'이라고 대답하실 겁니다.


There are apples. 

사과들이 있어요. 라고 하시나요? 


정말요? 글쎄요... 

How many apples are there?  사과가 몇 개 있어요? 

There are three apples. 사과가 3개 있어요. 


"사과들이 몇 개 있어요? 사과들이 3개 있어요."라고 하지 않지요. 

한국어에서 복수는 실제 개수나 그저 '많이'로 표현하는 편이지 영어 '-s'처럼 '-들'을 붙여 표현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신기하게 '-들'을 이렇게는 사용합니다. 


밥들 먹었어? 

오늘 일찍들 들어가~~


이 문장의 주어는 생략되어 있지만 사실 주어가 누구인가요? 


"(너희들) 밥 먹었어?"

"(너희들) 오늘 일찍 들어가~~" 

지요.

 

문장의 주어인 '너희'는 생략하고 

문장의 다른 성분 목적어인 명사 '밥'과 부사 '일찍'에 

'-들'을 붙이다니 ! 


영어나 다른 언어의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이해가 안 될 부분일 거예요. 


그리고 심지어 이것도 가능하단 거 우리 한국어 원어민들 다 아시죠? 


밥 먹었어들?

오늘 일찍 들어가들~


문장의 끝 동사 부분에 '-들'을 붙이다니요 ! 


우린 너무 익숙한데 다시 보니 신선하고 재미있는 한국어! 

이제는 외국인 친구가 한국어에서 복수 '-s'를 물어볼 때 그냥 '-들'이라고 하면 안될 것 같지요? 


언어를 가르칠 때 그 언어권의 문화 또는 언어적 특징에 대한 설명도 참 중요하니까 말이에요. ^^


한국어 선생님 이소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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