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좋은 사이공
"누나 호찌민에 한 달 살기와"
그 한마디로 시작된 여정이었다. 아마 그때 동생은 내가 진짜 애를 둘씩이나 데리고, 한 달이나 살러올 거라 진지하게 생각하진 못했을 것이다. 으레 주재원들이 가족들에게 하는 인사말처럼, '언제 한 번 놀러 와~ '돈 안 드는 호의용 멘트였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라는 사람은, 그래 나라는 엄마는 그런 기회를 절대 그냥 넘겨 듣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
한 달 살기?
코로나로 호주 일 년 살기를 포기했던 내가 아니었던가, 코로나에도 한 달에 일주일씩 제주살이를 했던 내가 아니었던가, 남동생까지 있는 든든한 한 달 살기. 못할 이유가 없지.
그렇게 나는 생전 처음 호찌민이라는 도시를 네이버에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인스타로 호찌민을 검색해서 이미지를 쭈욱 훑어보았다. 동생이 간지 2년이나 된 곳이었지만, 한 번도 궁금해본 적 없던 베트남이었다. 여간한 동남아는 다 가봤지만, 호찌민, 진짜 베트남은 처음이었다. 다낭은 한번 가봤지만, 그것으로 내가 베트남을 가봤다 하기엔 좀 억지인 부분이 있었다. 호화로운 리조트에만 있었고, 끝끝내 베트남 화폐는 적응을 못하고 계산할 때마다 어리바리를 타다 왔으며, 오토바이가 무서워 10분 동안 길도 못 건넜으니까.
"자기야, 기웅이가 한 달 살러 오라는데?" 하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얘가 또 뭔가 일을 꾸미는군.' 하는 표정의로 바라보는 남편. 몇 초간 살짝 고민하는 듯하더니
"아무 연고도 없이 셋이 간다면, 솔직히 위험해서 가지 말라고 하겠는데 - 처남 있으니 뭐, 괜찮겠지. 함 알아봐 봐"
꺅!!!
동생이 오라고 했겠다, 남편도 허락했겠다. 베트남 입국거부만 당하지 않는다면 내가 못 갈 이유는 없어졌다. 하루종일 수영장에서 가장 오래 놀고 온 아이들이 또 언제 수영장 갈 거냐고 물어보던 날, '대체 저 아이들은 어쩜 저렇게 물이 좋을까?' 질린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겨울방학엔 진짜 호찌민으로 한 달 살기를 가야겠노라고. 2022년은 두 번의 여름을 지내보겠노라고!
자, 일단 여권부터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