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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 Feb 16. 2023

[호찌민 한 달 살기]언어무능력자의 특권

고요한 소음

이곳에 와서 제일 좋은 게 뭐냐면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는 거다.


마사지하는 언니들이 쉬쉬하며 조용히 나누는 대화들도, 그랩기사가 듣는 라디오도, 옆테이블에서 시끄러이 나누는 대화도, 저 숱한 간판도 모두 알아듣지 못해 좋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들어야 하고, 이해하기 위해 생각해야 하고, 읽히는 글들을 해석해야 하는 언어의 낭비가 없는 셈이다.


원하는 활자만 읽는 것, 필요한 말만 하는 것.

선택적인 언어의 수용이 주는 사고의 선택과 집중덕에 다른 감각의 활성도가 높아졌다.


오늘 꽤나 걸었는데, 낡은 슬리퍼 접촉면의 불균형을 느끼고, 지나다니는 고양이의 발소리를 듣고, 구름의 모양을 살피며 걷다가 송골송골 맺은 이마의 땀의 크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오토바이 소음은 시끄럽지만 어쩐지 고요하게 보내다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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