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길 참 잘했다
여기에 와서 뭔가 익숙한 기분 같은 게 며칠간 느껴졌는데, 어제서야 그게 뭔지 알게 되었다.
창원에 있을 때 느꼈던 명랑한 고독감이랄까.
저마다의 일상에 충실한 사람들 사이에서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고 관계를 맺지 않으며 유리벽 밖에서 안을 바라보는 기분으로 고요히 보내던 하루들.
같은 우주에 있지만 다른 궤도를 도는 행성처럼 적당한 거리에서 존재하는 존재로 지내던 그 기분을, 여기서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다.
그때 나는 그것을 타의적 외로움이 아니라 자발적 고독으로 치환하는 법을 연마하였다. 달콤한 고독을 즐기며 명랑한 은둔자로 지내는 법을 터득했고, 내가 나랑 잘 노는 법을 많이도 찾아냈다.
그래서일까
여기에 와서 오랜만에 즐기는 이 고독이 반갑다. 외 딴 나라에서 혼자 보내는 반나절이 너무 달콤하다. 나랑 마시는 커피도 맛있고 이방인역도 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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