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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님 Jun 15. 2018

성장통과 물파스

나의 두 사람



중학교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렵 한동안 무릎과 종아리 쪽이 근육통처럼 아팠다. 넘어지거나 다치지도 않았는데 밤이 되면 통증이 심해서 며칠 잠을 설쳤다. 지금 생각해 보면 뼈가 자라는 성장통을 앓았던 모양이다. 그때는 통증의 원인을 알 수도 없고 집엔 할머니와 나뿐이라 병원에 가는 일도 쉽지 않았다. 좀 있으면 낫겠지, 금방 괜찮아지겠지 생각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나와 달리 할머니는 못내 불안해했다. 하필 다리가 아프다니까 혹시나 자신처럼 될까 봐 겁이 났을까.     


어느 밤은 잠을 자다가 다리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져 깼다. 설핏 눈을 뜨니 내 곁에 앉은 할머니가 어둠 속에서 내 다리에 물파스를 발라 주고 있었다. 두 다리가 화끈거렸다. 잠에서 완전히 깨 버렸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아 잠든 척을 했다. 할머니는 파스를 바른 다리를 두 손으로 오래 주물렀다.


“아프지 말아라. 아프면 안 된다…….”


할머니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귓가에 내려앉았다.






할머니와 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









/ 책 <나의 두 사람>에 수록된 글 '성장통과 물파스'입니다. 할머니는 제 다리가 아픈 게 혹시나 자신의 장애 탓은 아닐까 두려우셨던 것 같아요. 오래전 성장통은 끝이 났지만 지금도 물파스를 볼 때면 마음이 따끔합니다.  


 https://brunch.co.kr/@20150127/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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