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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에 대해 말하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에 관해 쓰고 싶어 졌습니다. 저는 일단 재미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떻게 재미있는 것만 하고 살겠냐'라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어떡합니까? 많은 말씀 해주신 인생 선배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저는 그래도 재미없는 것은 하기 싫어요. 대표적으로 회사를 다니는 일 같은 것이죠. 제겐 회사를 다니는 일이 무척 지루하고 세상 재미없는 일에 손꼽힙니다.
그래서 무엇이 재미있냐? 책 읽기, 글 쓰기, 운동하기, 자유로운 나만의 시간 갖기, 드라마 보기, 야구 보기, 영상 편집하기 등등 남들이 보면 그저 취미일 뿐, 이 목록들로 먹고살기는 힘들다고 생각할 법한 것들이죠. 하지만 왜 취미와 일이 분리되어야 하는 걸까요? 왜 재미있는 일은 부차적인 것이고, 재미없는 일만이 진짜 일이라고 여겨지는 걸까요? 이 모든 것들이 정말 그저 '재미'일뿐일까요? 저는 이것들이 저를 더 풍부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진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유하는 능력을 기르고, 운동으로 건강을 챙기고, 자유로운 시간으로 정신적 여유를 갖고, 드라마와 스포츠 시청으로 감정의 폭을 넓혀가는 것. 이것들이 무의미한 일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기를 당하고서 생각한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였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니 의외로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많더라고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니 서평단에 참여했습니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일석이조의 효과죠.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여기저기 알렸더니 서점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영상을 보는 것을 좋아해서 속기사도 준비했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자막을 달아 주는 일입니다만, 좋아하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동시에 일을 할 수 있다니,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요? 영상 편집도 취미로 시작했지만 편집이란 것도 기술이라면 기술이기에 제 채널로 연습을 해 편집 외주를 받을 수도 있겠죠.
누군가는 이것을 부업정도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모든 것이 안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서점은 망하기 쉽고, 속기사 일도 아직은 준비 단계에 있고, 영상 편집도 취미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하는 일들이 누군가에게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저 자신도 매일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만 하고 살기. 어쩌면 너무 이상적인 소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길을 계속 걸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제 삶을 이끌어가는 진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고 싶습니다.
이게 바로 제가 사는 방식입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에 맞추느라 제 삶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통해 천천히라도 제 길을 만들어가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