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려 선생님

37

by 조녹아




제게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저의 사랑이자 기쁨이자 슬픔이자 위로이자 12년 지기 친구이자 가족인 녀석이에요. 세상에 그런 천사가 따로 없습니다. 순수하고 또 순수해서 인간 천사로 태어나기 전의 과정을 거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작은 생명체와 함께 하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반려동물은 단순히 ‘기르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죠.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무엇인지, 순간을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작은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를요.


지금은 제가 홀로 살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본가에 있는 고양이를 보러 갑니다. 고양이가 주인 못 알아본다는 옛말은 누가 했는지 한 달에 한 번 보는 집사라도 목소리만 듣고는 후다닥 마중을 나옵니다. 정말 기특하죠. 고백하자면 해외살이 중엔 부모님이 아니라 고양이가 보고 싶어서 운 적도 있습니다. 엄마아빠 미안.


아침을 깨우는 부드러운 발걸음 소리, 햇살 좋은 창가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 제가 힘들어할 때 묵묵히 곁에 와서 자리를 지키는 모습들. 이 모든 것이 저에게는 삶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때로는 제가 누구를 돌보고 있는지 헷갈릴 때도 있어요. 분명 제가 밥을 주고 병원에 데려가고 있는데, 정작 마음의 양식을 받는 건 저인 것 같거든요.


사람들은 종종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책임감이 크다고 합니다.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그 책임감보다 더 큰 건 그들이 주는 무언의 가르침입니다. 조건 없는 사랑, 현재에 충실한 삶, 그리고 작은 것에서 찾는 행복. 이런 것들을 인간은 배우기 어려운데, 동물들은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는 것 같아요.


12년 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작은 털덩어리가 이제는 제 삶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단순히 한 집에 사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마음으로 매일을 함께 나누어가는 것, 말이 통하지 않아도 눈빛과 몸짓으로 소통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가만히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이 차오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이별의 순간이 올 테죠. 그것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감수해야 할 슬픔이고요. 제 수명을 떼서 줄 수만 있다면 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그 슬픔을 알면서도 우리가 이들을 선택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주는 사랑과 행복이 이별의 아픔보다 훨씬 크고 소중하기 때문이겠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작은 천사를 생각합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선물인지를. 그리고 이 소중한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라며.

keyword
이전 06화말을 삼키는 사람의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