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꿈에서 깨어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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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녹아




생일을 맞이하여 본가에 다녀왔습니다. 반겨주는 고양이와 집 냄새는 그대로였고,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몇 가지나 해두셨어요. 어느새 상에는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음식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미역 냉국, 계란 프라이, 그리고 엄마만이 할 수 있는 그 특별한 맛의 반찬들까지.


소파에 누워 TV를 보며 별 의미 없이 보낸 시간, 혼자 있을 때는 그렇게도 찾던 평온함이었습니다. 리모컨을 손에 쥐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어린 시절 보던 만화 재방송, 아버지가 즐겨보시는 예능프로그램, 그리고 엄마가 좋아하는 드라마까지. 그저 집 안에서, 소파에서, 아무 계획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엄마는 부엌에서 나와 옆에 앉아 함께 TV를 보셨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배고프지 않아?”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하고 물으셨죠. 괜찮다고 말했지만, 어느새 앞에는 과일이 깎여 나와 있었습니다.


이런 평범한 일상들이 왜 이렇게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도시에서의 바쁜 일상 속에서는 잊고 있던 것들이었습니다. 누군가 내 옆에 있다는 것, 누군가 나를 걱정해 준다는 것,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집을 나서는 길, 엄마의 “갈 때 조심해.” 그 말 한마디가 괜히 울컥하게 만듭니다. 버스 창밖으로 익숙한 풍경들이 스쳐 지나가면, 마치 잠깐의 꿈처럼 느껴집니다. 방금 전까지 나는 분명 집에 있었는데,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이 창밖으로 멀어져 갑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다시 자취방 현관을 열면, 불 꺼진 집과 싸늘한 공기가 반깁니다. 도시의 소음 속에 몸을 던지며 저는 또다시 어른인 척을 시작합니다. 며칠 비워둔 집 안은 적막하기만 합니다. 형광등을 켜니 혼자 사는 좁은 원룸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책상 위에 놓인 서류들, 빨래 건조대에 걸린 옷들, 그리고 냉장고에서 나는 희미한 소음까지.


내일이면 또다시 출근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겠지만 가슴 한편에는 여전히 그 공허함이 남아있습니다. 본가에서 느꼈던 그 따뜻함과 안정감이 그리워지지만 동시에 이곳에서의 자유로움과 독립성도 소중합니다. 이 묘한 감정의 줄다리기가 진짜 어른이 되는 길인 걸까요.


휴대폰을 들고 부모님께 “잘 도착했어요”라고 문자를 보냅니다. 곧 “고생했다”는 답장이 오겠죠.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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