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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말을 잘 못해서 인데요, 말이 느릴뿐더러 말 중간중간 생각을 하고 뱉느라 말을 멈추는 때가 많습니다. 어머니는 이런 저를 답답해하시고는 말 좀 빨리 하라고 다그치기도 했었죠.
어릴 때부터 그랬습니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어도 입 밖으로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고, 머릿속에서는 문장이 완성되어 있는데 혀가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상대방은 기다리고, 마음은 더 조급해지기만 했습니다.
학교에서 발표라도 하게 되면 정말 괴로웠습니다. 준비는 충분히 했는데 막상 앞에 서면 말이 나오지 않았죠. 제가 아는 것을 표현해 내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던 저는 다행히 글쓰기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종이 위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흘렀습니다. 생각할 시간이 충분했고, 지우개로 지울 수 있었죠. 한 번, 두 번, 세 번 고쳐 쓸 수 있으니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말로는 전달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문장 안에서 제 자리를 찾는 듯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도피였을지도 몰라요. 말하기가 어려우니까 쓰기로 대신했던 것. 하지만 어느 순간 글쓰기 자체가 즐거워졌습니다.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는 시간, 문장을 다듬는 과정, 생각을 정리하며 새로운 발견을 하는 순간들. 이 모든 것이 나만의 속도로 가능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느린 것이 항상 나쁜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신중함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을. 중간중간 멈춘다고 해서 생각이 멈추는 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그 멈춤 사이에서 더 깊은 사유가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을.
이제는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내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말로는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글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독자들이 내 글을 읽으며 위로받거나 공감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말이 느린 건 아직도 그대로지만 이제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내 안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앞으로도 계속 써나갈 예정입니다. 더 나은 글을, 더 진솔한 이야기를, 더 깊이 사유할 수 있는 글을 쓰도록 킵고잉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