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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가 Apr 26. 2018

외로움에 사무친 우리

언제부터일까. 우리가 이토록 외로움에 사무치게 된 때가.

오후 2시, 어느 커피숍.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가 마주 보고 앉아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근황을 시작으로 정신없이 그간의 공백을 메운다.
'그간 어떻게 지냈냐.' '요즘은 무얼 하냐. '부모님은 안녕하시냐.' 등.
이야기 소재가 떨어질 무렵, 한 친구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한다.
적절한 타이밍이다. 하마터면 무슨 말을 더 이어야 할까 어색할 뻔했다.
랠리처럼 이어지는 대화에서 더 이상 받아칠 말들이 없다는 건 참으로 어색한 순간이니까.

잠시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본다.
이곳에 홀로 남겨진 나는 다음 동작으로 예정되어 있었다는 듯 자연스레 휴대전화를 꺼내 든다.

세상에서 '나'와 노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엄마손을 잃어버린 아이가 된 듯.

다음 좌표를 잃어버려 어디로 향해야 할지 붕 뜬 상태.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건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자꾸만 바깥으로 고개를 기웃거린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어쩔 줄 모르는 사람처럼.


이럴 때 가장 만만한 게 이 손바닥만 한 물건이다.

노란 네모 박스 안에는 수많은 만남들이 있었고, 그 속에서도 여러 랠리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랠리를 신나게 주고받는다. 친구가 돌아올 때까지만 해야지 다짐하면서.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걸까.
어느새 돌아온 친구도 같은 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다.
휴대전화 들여다보려고 이 만남을 가진 것이 아닐 텐데,
두 사람은 아주 열성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한 공간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 걸까.

그런데, 함께함에도 왜 우리는 지금을 만족하지 못하는가.



왜 맞은편에 사람을 앉혀놓고도
외로움이 채워지지 않는 걸까.

언제부터일까. 우리가 이토록 외로움에 사무치게 된 때가.

이 조그마한 기계가 생기고서부터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사람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
도무지 혼자서는 이 정체 모를 공허를 견딜 수 없어서, 또 다른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방랑자처럼.

카페 안 여러 사람들이 앉아있다.
그들은 각자만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실 외로움을 채워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 테이블은 말없이 조용했다.

툭 떨군 머리 그리고 손가락만 부산히 움직이는 사람들.


돌아가는 지하철 안.

마주 앉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희미한 표정으로 작은 창을 들여다본다.

중력을 못 이긴 머리는 점차 손바닥 안으로 들어간다.  

감당 못할 외로움에 그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은 가여운 사람들.


혼자를 두려워하는 우리는 누군가를 찾는다.

공백의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나를 끊임없이 밖으로 내몬다.

누군가로 꽉꽉 채워진 시간들, 그럼에도 외롭다며 투덜댄다.


우린 혼자일 때 쓸쓸하지만,

함께임에도 외로울 때는 한없이 가엾고도 슬퍼진다.

그럼에도 혹시 모를 가능성에 목을 맨다.

저 사람이 나를 외로움에서 구원해줄 이가 아닐까란 희망을 품으면서.


언젠가부터 우리는 외로움에 사무쳐있다.
그리고 그것을 온몸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YogurtRa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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