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작가 May 10. 2018

솔직해져야 하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지금

내게 보내는 편지 | 타인이 나의 사랑을,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했다. 얼마 후 관계의 종지부를 찍었다...

는 남들이 보는, 남들에게 보이는 공식적인 이야기.


여기 헤어졌으나 아직, 헤어지지 못 한 두 연인이 있다.

간판만 내린 채 가게는 여전히 영업 중이다.


사랑 안에 두 사람이 함께 한다 하여 마음 또한 늘 함께 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둘이 사랑을 했지만 어떤 때는 혼자 사랑을 하기도 했다. ‘혼자’는 특정 누군가의 몫이 아니었다. 혼자 하는 사랑은 상대가, 혹은 자신이 그 역할을 맡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는 것이다. (나도 너 싫고 너도 나 싫고) 만일 그랬다면 애당초 이런 지루한 시간들이 오지도 않았을 터. 두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사랑의 모양은 단 세 가지뿐. 이런 이유로 이상할지도 모르는 지금의 관계가 유지가 되고 있다.


우리는 ‘사랑’ 앞에 얼마나 솔직한가.

얼마큼 대담해질 수 있는가. 두 사람 사이에 거추장스럽게 매달려있는 것들 - 타인의 시선, 세상의 조건, 불확실한 미래, 받지도 않은 상처 등 - 은 모두 떼어버리고 ‘사랑’에 몰두하기로 한다.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세계로 만들 용기. 그건 오로지 내 몫이다. 상대방에게도, 또 다른 이에게도 책임을 쥐여주지 말자. 주변을 의식하고 계산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사랑은 이미 틀렸다.



 

이거저거 재지 말고, 좀 더 솔직해져봐!!
   

어쩌면 정답은 이미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헤어졌으나 헤어지지 못한 두 연인이 듣게 될 답이란 명확한 것이었다. 사랑이란 눈앞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기에 답이 모호해 보일 뿐.


두 사람이 함께 시작한 사랑이 어느 한쪽의 균형을 잃으면서 끝이 났다. 다만 이별의 과정에서도 솔직하지 못한 까닭에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했다. 간판을 고쳐 달아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또다시 망가져버릴까 두려워 이내 고개를 저어버린다. 문제는 두 사람 마음속에 내재된 불안을 마주하고 서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 과정 또한 건너뛴다는 것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했던가. 어느샌가 서로의 마음속에 오해 덩어리만 잔뜩 쌓이게 된다.      


설상가상, 엉뚱한 곳에 가서 고백을 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친구, 가족, 선후배, 직장 동료, 하다못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정답인양 같지도 않은 말들만을 늘어놓을 뿐이다. - 헤어지라느니, 네가 더 아까웠다느니… 자기들이 어떻게 알아? - 명백한 시간 낭비다. 머리를 싸매고 앉아 상대의 마음이 어떨지 예상하는 게 얼마나 의미 있을까. 사실 열심히 상대방의 마음을 예측하는 이유도 내 마음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아닌가. 내 패를 보여주기 전에 상대가 갖고 있는 패를 보려는 비겁하고 얄팍한 수작. 그래서 엉뚱한 사람들과 이런 수싸움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혹은 안도하고 싶거나. (그 사람이 나 그리워하는 거지? / 그래그래..)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누구의 도움 없이 자신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물론 답을 내리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이 과정이 힘든 탓에 타인에게 의존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얻은 답으로 행동에 옮긴다면 결국 남는 건 후회뿐이다. 타인이 나의 사랑을, 나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홀로 일어서야 한다.


나의 마음은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당신과 무얼 하고 싶은 것인가.


무엇이 되었건,

이미 나는 답을 알고 있다.



©YogurtRadio

이전 06화 지키고 싶었던 자존심, 지켜주지 못한 자존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