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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별 Jun 16. 2024

사랑하는 사람

나는.,,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나 자신도. 나는 사랑하는 법을 모르고,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랑할 때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 사랑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데 왜 사랑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관계에 대해 늘 고민한다. 내가 그 사람을, 엄마를, 아빠를, 동생들을, 친구를 정말로 사랑하는지. 그럴 때 대답은 언제나 '모르겠다'이다.


대학 때 친했던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넌 모든 관계가 애증인 것 같아."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는 않았는데 지금 와 생각하면 절반 정도는 맞는 말인 것 같다. 누군가와 관계성이 생기면 그 사람을 많이 좋아하고 또 많이 미워하기에 사랑한다는 말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양가감정 때문에 힘들었다. 미워하면서 좋아하는. 싫어하면서도 가끔씩은 그리운. 어떤 땐 정말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 섭섭하고 서운하지만 때로는 그래도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도 생각되기도 해서 편하기도 하다.


나는 진정한 사랑에 대해 늘 고민한다. 내가 지금 하는 건 진정한 사랑일까? 과연 이 사람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할까? 나는 이 사람을 정말로 많이 사랑해서 이러는 걸까?


사랑은 추상적인 단어라서 실체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만져지지도 않는 사랑을 사람들은 어떻게 믿는 걸까. 어떻게 느낄까.


나에게는 사랑이 없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좋아한다'와 '싫어한다'로만 생각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몰라서, 사랑이라고 부르면 왠지 무거운 것 같아서 차라리 '좋아한다'가 더 나은 것 같다.

 

사랑이 없는 나라서 그런지, 자주 외롭고 쓸쓸하다. 하지만 사랑이 없어도 그럭저럭 살아간다. 사람들이 그토록 환호하고 부르짖는 사랑이 없어도 이만큼 살아가고 있다는 게 때로는 우습고 신기하다.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사랑을 사랑한다. 사랑이라는 관념이 지니고 있는 환상적이고 부드럽고 말랑하고 격정적이고 찬란하고 애틋한 느낌을 막연하게 좇는다. 하지만 사람을 사랑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직까지 누구도 사랑해 본 적이 없느냐 누군가 물어온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 역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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