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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Jul 24. 2022

선물 같은 아침

                  -다뉴브 강의 아침 스케치

 일어나 커튼을 열면 부다페스트 최고의 아침 풍광이 펼쳐졌다. 약간의 대가를 치르더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악마의 뷰(view)였다.

 매일 아침 다뉴브 강 너머로 햇살이 비치는 국회의사당과, 그 사이 석조건물들을 보며 눈을 떴다. 최고의 호사였다.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 같은 아침이었다.


 호텔을 나서면 2분 거리에 카사노바가 묵었다는 집과 발코니가 보이고, 선착장이 있는 부두 쪽이 솟구치면서 자연스럽게 문턱이 낮아진 세인트 안나(성 언너) 성당이 있었다. 멀리 왕궁의 둥근 지붕이 멋진 배경을 만들어주는, 카메라를 갖다 대면 어디나 그림이 되는 부더 지역이었다.


 그리고 백야였다.

 사위는 밤 10시가 되어서야 어두워졌고 동이 트기도 전에 환해졌다. 부다페스트를 떠나오는 날까지 넘사벽이었던 시차 때문에 어김없이 새벽 4시에 깨어 호텔 밖으로 나가면 벌써 다뉴브 강을 찾는 사람들이 보였다. 버차니 광장에서 머르기트 다리까지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화를 신고 달리거나 혹은 두 발 달린 전동카를 타거나.


 한번은 꼭 연인과 버차니 광장에서 하루의 마무리를 해보라고 권할 수 있을 만큼 다뉴브 강을 낀 풍광이 훌륭했다. 광장 앞에서 시작해 머르기트 다리까지 이어지는 안젤로 로타 산책로는 강과 차도 사이에 제법 너른 공간을 두고 있어 걷기에도 자전거를 타기에도 머무르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어느새 새벽에 눈 뜨는 게 행복하게 여겨졌다.

 

  아침 6시 반이면 성당의 종이 울렸다. 올려다 본 종탑의 종은 미동도 없었다. 콰지모도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현대의 성당은 역시 종소리를 녹음으로 내보낸다.  

  독경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와 옛터를 다 휘저어놓던 고달사지가 생각났다. 신(新)고달사의 주지가 만들어내는 그 소음이 고즈넉한 사지를 찾은 사람을 기겁하게 했었지.... 이런 쓸데없고 한가하고 행복한 잡생각들로 시작하는 하루.

 부다페스트에서의 첫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시차 덕분에 호텔 방에서 만날 수 있었던  다뉴브의 일출
성 언너 성당
낮은 성당 문턱. 이는 은유가 아니다. 근처 부두가 융기하면서 성당이 내려앉은 것처럼 보인다.
카사노바가 묵었다는 방의 발코니는 많은 상상력을 자아낸다. 버차니 광장 뒤에 있다.
성 언너 성당 첨탑이 보이는 버차니 광장. 지하철, 광역철도, 트램, 다뉴브 강 유람선까지 환승가능한 교통의 요지
버차니광장의 노란 트램이 승객을 기다리고 있는 이른 아침.  뒤로 부더 왕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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