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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Jul 25. 2022

부다페스트의 두 호텔

- '꺼지지 않는 불꽃'과 왕궁 호텔

 노보텔다뉴브 호텔 주차장 옆에는 특이한 조형물이 하나 있다.

 첫날은 보지 못했고 이튿날 어김없이 새벽 4시(서울 저녁 8시.눈이 가장 반짝반짝 할 때다)에 깨었으므로 아예 산책을 하자 하고 나갔다가 마주치게 되었다.

 

 얼핏 보아도 예사롭지 않았다. 불을 피우는 향로가 비석 상단 한 가운데 조각돼 있었고, 옆면에는 방패 모양에 십자가와 왕관(?)을 그려넣은 문양과 숫자 1956이 새겨져 있었다. 1956년이라면 헝가리 혁명이 일어났던 해다. 기념비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검색 결과 국회의사당 앞에 있던 '꺼지지 않은 불꽃'을 옮겨온 것임을 알았다.


 옮긴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곳에 와 있는 줄은 가이드도 몰랐다고 한다. 언드라시 기마상과 함께 ‘꺼지지 않는 불꽃’이 함께  있었던  국회의사당 앞 코슈트광장 (1848년 헝가리혁명 실패 후 국외로 망명한 독립투사의 이름을 붙였다) 코앞은 원래 주차장이었대서 실소를 금치 못했다. 동구공산권이었던 헝가리가 아닌가.  


 굴라쉬(구야시) 공산주의라는 용어가 떠올랐다. 1956년 헝가리 반소혁명을 무력으로 진압한 소련은 그 후 몇몇 분야에 국한해 헝가리에 달콤한 사탕을 주었다. 자본주의처럼 이윤의 추구를 허용하고 소비재 생산 기업을 지원하며 서구문화의 유입을 용인하는 유화 정책을 펴면서 부다페스트 곳곳에 국제적인 체인 호텔들이 들어왔다.

 그 대표적인 모델이 부더 궁에서 본 힐튼 호텔이었다. 세계 모든 여행객들이 부다페스트를 방문할 때 빠뜨리지 않고 들르는, 성벽을 어부의 요새라 부르는 바로 거기. 조망이 기가 막힌 곳에 지어진 생뚱맞은 커다란 현대식 건물 하나.


 왕궁에 세계적인 체인 호텔이 들어와 있고, 1층에 스타벅스가 있는 것을 아이러니하다고 해야할지 세계화를 실감한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하다고 여겼던지 표지판이 따로 없고 호텔 로고도 안 보였다. 

 왕족인 전주 이씨나 경주 김씨가 아닌 '기타 성받이'인 홍 교수는 젊은이답게 호텔 1층 스타벅스에서 헝가리 표 스벅 굿즈를 구입해 우리에게 선물했다. 서울 프라자호텔이 덕수궁 안에 들어와 있는 그림을 상상해보면서 역시 기타 성받이인 나도 왕궁의 호텔에서 언젠가는 잘 수 있을 거라는 지극히 불온한 야망(!)을 한번 품어보았다. 

빛이 반사돼 얼핏 잘  안보이지만 시선을 가운데 패인 자국을 따라 올려보면 횃불이 보인다. 거기에 불을 피웠다고 한다.  
1956년 헝가리 반소혁명을 기리는 기념비임을 짐작하게 한다. 자주색 띠를 두른 건물이 호텔이고 좌측 뒤로는 성언너 성당이 살짝 보인다. 특별히 구획을 짓거나 하지 않았다.
전통 문양에 답이 있었다. 심장인줄 알았는데 왕관이었다.
마차시성당 뒷면. 우측끝에 살짝 보이는 건물이 힐튼 호텔이다.
어부의 요새 기둥 사이로 1층이 스타벅스인 힐튼 호텔이 보인다.
어부의 요새 같아 찍었더니 뒤쪽 힐튼호텔이 더 잘 보인다. 중세의 첨탑과 요새 사이로 혼자 튀는 현대식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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