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주 Aug 03. 2022

헝가리쿰

- 여행자의 소소한 즐거움

  여행지에서는 누구나 자신을 위해 작은 기념품 한두 개는 사게 된다.  비싸거나 유명한 것이 아니라도 좋다. 고르고, 돌아와 가까이 두고 보면서 그 시간들 속에 잠기는 즐거움을 준다.


 부다페스트에서는 헝가리쿰Hungarikum을 산다. 헝가리 역사와 문화 속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갖는 것이라고 국가가 인증해주면 바로 헝가리쿰이다. 헝가리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기념품 가운데 아주 특별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16년 전 부다페스트에서 산 섬세한 패턴을 수놓은 흰색  블라우스는 지금도 가지고 있다. 이번에는 대통령 궁 앞 와인가게에서 하얗고 촉감이 부드러운 천에다 마음에 쏙 드는 문양의 자수를 놓은 마그네틱을 샀다. (아뿔싸. 선물로 주기 전에 사진을 찍을 걸....)

  세계미인대회 미스 헝가리의 머리 장식(머리띠 같은 것이다)을 제작했다는 장인의 가게에서 똑같은 비즈 장식을 머리에 두른 작은 인형을 하나 샀다. 그린브릿지 건너 노란색 도자기 지붕을 인 전통시장에서 모셔왔다.   

 왠지 죄책감이 들어서 푸아그라는 사지 않았다. 갇혀서 간을 키우는 거위... 보는 것도 좀 힘겨웠다.


 센텐드레에 헤렌드 매장이 있었지만 마음을 열어 지갑도 열게 할 만한 도자기는 없었다. 돌아갈 때 짐이 되지 않을 만한 작고 앙증맞은, 가령 티팟에 어울리는 설탕그릇이라든가 핀을 담아둘 수 있는 접시 같은 것이 아쉬웠다.  

 그밖에 토커이 와인과 팔린커, 올리브 병조림을 한 병씩 샀다. 


 팔린커라는 술이 참 재미있다. 알코올 도수 45도의 과일증류주인데 향이 좋고,  나 같은 사람이 마셔도 뒤끝(?)이 없다고 해서 골랐다. 좋은 제품이라고 가이드가 추천해준 브랜드를 골랐으나 순전히 검은색을 배경으로 한 주홍색 복숭아의 화려함에 끌렸다고 할 수 있다. 복숭아 맛이 나는 술은 어떤 맛일까. 언제 개봉하게 될지 모르지만 포장을 볼 때마다 기대가 된다.


 동그란 씨를 빼서 가운데가 움푹 파인 올리브만 보아 왔으니 올리브에도 단단한 씨가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병조림에서 꺼내 먹을 때마다 씨를 뱉아내며 피식 혼자 웃곤 한다.

  

  가이드는 의외로 쇼핑을 별로 안 하시네요, 라고 했으나 '의외'가 아니라 원래 나라 밖에서  별로 돈을 쓰지 않는 편이다. 초콜릿도 필통도 귀하던 우리의 어린 시절에 비하면 이제 한국에는 없는  없다. 지인들 선물은 대개 편리하고 원화로도 가능한 기내 판매를 이용한다. 사족. 애국심 뭐 그런 거 아님 . 진실은  귀차니즘.


이전 05화 우울하지만 품위 있는, 부끄럽지만 도도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