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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버 Dec 23. 2018

물고기자리 여자

어쩐지 많은 위안이 되는 별자리 운세

나에겐 신이 없으니 믿고 의지할 데라곤 나랑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사람들 뿐이다. 하지만 이들도 언제까지나 나랑 비슷한 탓에 한없이 무르고 때론 단단하지만, 온전히 내 슬픔을 알 수도 없거니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우주에 기대기 시작했다. 미신과 과학 그 어중간한 곳에 내 작은 마음 하나 놓일 곳 어디 없을까, 싶던 찰나 정기적으로 물고기자리 운세를 업로드 해주는 네이버 블로그를 팔로우하고 매일같이 드나들었다.

처음엔 내일의 내가, 다음주의 내가 어떤 모양으로 살아갈지가 궁금했다. 그 다음엔 내년 아니 평생 짊어져야 할 내 역사가 궁금했다. 스스로에게 쏟아내는 질문만 있을 뿐 답이 없으니 물고기자리 여자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짤막하고 뭉툭하게 던져진 문장들에 나를 투영해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역시나, 그 어떤 별자리보다 감성적이고 헌신적이며 기름과 물이 따로 놀 듯 현실과는 약간 동떨어진 몽상가라는 얘기들.


나는 순간 생각했다. '오, 이거 완전 난데?'


어떤 글을 읽거나 이미지를 볼 때 그것이 정말 나에게 벌어졌던 일인 것처럼 이입을 하는, 그 삶의 결을 읽고 싶지 않아도 이윽고 읽어버리고 마는, 그다지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


그래, 어쩌면 나는 물고기자리 여자의 전형일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나면 어쩐지 위안이 된다. 그래, 어쩌면 우주가 나를 가장 잘 알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 우주가 나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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