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많은 위안이 되는 별자리 운세
나에겐 신이 없으니 믿고 의지할 데라곤 나랑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사람들 뿐이다. 하지만 이들도 언제까지나 나랑 비슷한 탓에 한없이 무르고 때론 단단하지만, 온전히 내 슬픔을 알 수도 없거니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우주에 기대기 시작했다. 미신과 과학 그 어중간한 곳에 내 작은 마음 하나 놓일 곳 어디 없을까, 싶던 찰나 정기적으로 물고기자리 운세를 업로드 해주는 네이버 블로그를 팔로우하고 매일같이 드나들었다.
처음엔 내일의 내가, 다음주의 내가 어떤 모양으로 살아갈지가 궁금했다. 그 다음엔 내년 아니 평생 짊어져야 할 내 역사가 궁금했다. 스스로에게 쏟아내는 질문만 있을 뿐 답이 없으니 물고기자리 여자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짤막하고 뭉툭하게 던져진 문장들에 나를 투영해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역시나, 그 어떤 별자리보다 감성적이고 헌신적이며 기름과 물이 따로 놀 듯 현실과는 약간 동떨어진 몽상가라는 얘기들.
나는 순간 생각했다. '오, 이거 완전 난데?'
어떤 글을 읽거나 이미지를 볼 때 그것이 정말 나에게 벌어졌던 일인 것처럼 이입을 하는, 그 삶의 결을 읽고 싶지 않아도 이윽고 읽어버리고 마는, 그다지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
그래, 어쩌면 나는 물고기자리 여자의 전형일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나면 어쩐지 위안이 된다. 그래, 어쩌면 우주가 나를 가장 잘 알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 우주가 나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