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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율 Nov 19. 2024

저 구름 위로 동화의 나라, 닫힌 성문을 열면,

길치 인 이탈리아





더 클래식의 W.H.I.T.E 라는 곡이 딱 어울리는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









볼로냐에서의  둘쨋날, 우리는 몇시간의 모험 끝에 드디어 볼로냐에 온 목적이었던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 행사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여태껏 우리의 여행이 그렇게 흘러 갔던 것처럼 입구를 못 찾아 행사장 부지 이곳 저곳을 더듬고 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카페에서 코너를 돌아가면 입구가 있다는 정보를 얻고 이제 살았다 하며 신나게 나가서,

간단하게 20분 정도를 추가로 헤맨 다음에야, 겨우 책을 한가득 들고 걸어가는 관람객을 발견했다.  






길을 묻는 우리에게 그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오는 체셔캣처럼 씩 웃으며, 저 풀 숲을 지나면 너희는 단박에 입구를 알아 볼 수 있을거야. 레드 카페트를 따라가면 되니까! 라고 정말 동화의 나라에서 나온 사람처럼 길을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정말 시크릿 가든을 찾아가듯 골목과 풀숲을 계속 지나가니 정말 짠! 하고 레드 카페트가 깔린 입구가 나온다. 이야, 이거 정말 멋들어진 연출이잖아!



진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트럼프 카드들이 인쇄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까 그 아저씨는 정말 체셔캣이었나?



인터넷에서 미리 구매해온 표로 개찰구를 통과해서 거대한 행사장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보인것은 입구 근처에 진열되어 있는 기다란 쇼케이스로,역대 볼로 라가치 상(La fiera del libro per ragazzi) 수상자들의 작품이 진열되어있었다.

 



50년간의(2015년 기준)  수상작 속에 한국 작가님들의 책들이 종종 있었는데, 그게 너무 자랑스러워서 하나하나 확인 할때마다 내 어깨도 힘이 들어갔다. 작가님들 정말 멋지다 멋져!  




(한국인 당선작 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너무 멋져)

 




그리고 바로 근처에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벽이라 불리는, 원래는 하얗게 비워져 있었을 벽이 있었는데, 전세계에서 온 작가들이  명함을 붙이고 가는 공간이었다. 명함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 있었지만, 예의를 지켜 다른 사람의 작품을 가리지 않으면서  자신을 어필하는 다양한 명함 아이디어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우리도 미리 준비해온 작은 그림을 부적 겸, 포트폴리오 겸 붙여두고 본격적인 관람을 시작했다.



정말 넓은 행사장인데도 전세계에서 보내져오는 동화책을 전시하기에는 자리가 부족해서 인지, 대부분은 원본 동화책이 아니라 대표 페이지 한두장씩만 전시되고 있었다. 일러스트레이션 공모 참가작 부문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정말 다양한 작가들의 그림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눈 호강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행사장 사진은 너무 많으니 맨 아래에 한꺼번에 첨부하겠습니다.  



그렇게 멀미가 날 정도로 많은 그림들을 보며 한참 행사장을 돌다 피카츄를 보고,




또 열심히 관람하다가 피카츄를 마주치고,





한참 후 또 피카츄를 마주치기를 반복하다보니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행사장을 대충이나마 한바퀴 도는 것에 성공했다.





대충 봐서 아쉬운 것들이 있지만 내일도 올 수 있으니까 무리하지 말고 돌아가기로 하고 입구 쪽으로 돌아왔다. 왜 입구쪽이냐하면 그 쪽에서 젤라또를 팔고 있었기 때문!



가격은 스몰 사이즈로 두 스쿱에 2.8 유로라서 조금 부담이 되었지만, 마치 로마의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왠지 이걸 먹으면 다음에 또 여기 돌아 올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사 먹기로 했다.  


(좀 더 제멋대로 굴어줘..)

 



젤라또를 다 먹고 슬슬 시내로 돌아가려고 차비를 하는데, 사은품을 잔뜩 들고 지나가는 웅지와 안면이 있는 작가님과 마주쳤다.


“어디서 그렇게 사은품을 받으셨어요?”


“아! 다음 행사장으로 이동하면 줘요!”


“다음..행사장이요..?”




몇시간이나 걸려 돌았는데 전체 행사장의 작은 일부일 뿐이었다니. 이래서 다들 숙소를 잡고  며칠에 나눠서 관람을 하는 것이었나!


다행히 당 충전을 막 한 참이라 몇시간은 죽지 않을 것 같았기에 힘을 내서 다음 행사장으로 향했다.  



(전세계에서 모인 수많은 출판사들 사이에 한국도 있었는데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자랑스러워!)



그렇게 바지런히 3시간 동안 행사장을 돌았는데도 봐야 하는 곳들이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 하지만 30분 후면 행사 마감 시간인 데다가, 숙소로 가는 유일한 버스가 끊겨버린다. 그리고 저녁도 먹어야 하니, 아쉽지만 나머지는 내일을 기약하기로 하고 행사장을 떠나기로 했다.








출구로 들어가 입구로 나오는 짧은 길치 모멘트를 겪고 나서 우리는 버스를 타고 센트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저녁을 먹고 간단한 장을 보기 위해서 였다. 정류장에서 버스 티켓을 살 수 있길래 오늘 집에 갈 때 사용할 티켓과 내일 시내로 다시 나올 때 쓸 티켓, 이렇게 두 장씩을 샀다. 


이걸로 내일은 오늘같이 고속도로를 4km 걸어 버스 티켓을 내부에서 팔고 있는 버스가 오는 정류장으로 가야 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겠지!


잠시 후, 볼로냐 아동 도서전 행사장에서 출발한 버스는 천천히 시내를 향해 달려 센트럴 기차역에 도착했다.

한번 헤매고나서 길을 단단히 외운 웅지 덕분에 어제는 몇시간을 걸렸던 숙소로 가는 정류장이 있는 광장에 십분만에 도착했다. 길을 잃을 일이 없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어서 였을까. 어제 그렇게 고생하며 걸었던 센트럴 기차역 부근의 거리는 더이상 서바이벌 게임 속처럼 스릴 넘치던 거리가 아니라  평화롭고 아름다운 거리로 보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였구나, 볼로냐는!


우리는 그 후 아주 순탄하게, 지나가다 들어간 식당에서 적당히 만족스러운 파스타를 먹고,





근처 슈퍼에서 여행 중에 평온한 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바나나와 사과를 사고서,






숙소로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번 화의 오프닝 때처럼, 시트콤 체질인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숙소에 도착하지는 못했다.










행사장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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