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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율 9시간전

날다람쥐들

길치 인 이탈리아







누군가 같이 여행하면 좋은 점은 여행 중,
흐트러지는 내 꼬락서니를 지켜줄 사람이 있다는 것









오늘은 드디어 볼로냐를 떠나 다음 여행지인 베네치아로 가는 날. 호스텔에서의 마지막 아침밥을 먹고 서둘러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달고 달고 달디 단 생존 식. 단 것이 잔뜩 인 걸 보니 무의식 중에 오늘의 고생을 예감 했나 보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이동 경로 확인을 위해 데이터를 잠시 사용했더니, 어제 사용하고 남은 나머지 5파운드가 금방 녹아 사라졌다. 솜사탕을 씻어버린 너구리가 된 기분이었다. 있었는데 없어요..



중간 쯤 갔을까, 한 정거장에서 표 검사하는 사람들이 탑승해서 표를 검사했다.  3일동안 여행하면서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도시 전설인 줄 알았는데, 정말 존재 하는 구나 싶었다. 우리는 다행히 어제 미리 표를 사두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한 승객이 표가 없음이 확인되어 그 자리에서 벌금이 물렸다.


(이탈리아의 버스는 탑승하면서 찍고 타는 형식인 교통 카드가 아니면 티켓은 탑승 시 검사를 거의 하지 않지만, 만약 무임승차 적발 시, 엄청난 벌금이 물려진다. 사진은 볼로냐에서 사용했던 버스 표와 버스 요금 영수증. 2015년 것이므로 현재는 디자인이 다르지만 아직도 사용되는 시스템인 듯하여 올려본다.)




그렇게 버스 안에 한 차례 벌금 폭풍이 불고 사람들이 와르르 내렸다. 평화로워진 분위기에 잠시 졸았는데 둘 다 같이 조는 바람에, 버스가  종점을 돌아 다시 호스텔로 조금 다시 돌아갔다. 도착한 날,숙소가 있는 산 시스토를 지나쳤던 것처럼, 떠나는 날도 내릴 역을 지나쳤다. 한결같은 매력. 그런 걸로 치자.




(해당 에피소드는 2화에.)







버스에서 내려 찾아간 곳은 (=종점) 마지막 날이 되어 서야 그 이름을 알게 된,  'Piazza dei Martiri' 이었다.






우리가 항상 '뭔가, 동그란 거기.' 라고 불렀던 이 광장은, 센트럴 기차역에서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으며, 중앙에 아름다운 분수와 쉼터가 조성되어 있는 작은 광장이다.


이탈리아 슈퍼마켓 체인인 coop을 시작으로, 서점, 택배 회사, 약국, 빠갈래 바강 등 여러 생활에 유용한 상점들과 식당이 잔뜩 있는데, 광장을 둘러싸고 센트럴 기차역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아닌 버스들의 정류장이 있어서, 도심 외곽에 숙소가 있던 우리도 매일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행사장과 숙소를 오고 가곤 했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기차 타러 가기 전에, 다소 부실했던 아침 식사를 보강할 수 있는 간단한 먹거리를 찾다가, 센트럴 기차역으로 가는 상점 거리에서 작은 카페 겸 빵집에 들어갔다.  이른 오전이라 여는 곳이 많지 않았지만, 이런 형식의 상점이 곳곳에 여러 개 있는 듯. 어딜 가든 편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았던 것 같다.



(다만 안타깝게도, 사진의 장소는 현재는 없어지고 세탁소로 바뀌었다....)








볼로냐의 '포르티코'에 대해 :

처음 시작은 좀 더 공간을 넓게 쓰기 위해 가게 밖에서 물건을 팔기 시작했던 것이었다고 해요. 날씨가 안 좋을 때, 물건을 보호하기 위해 차양이나 천막을 만들었는데, 너도 나도 그렇게 하다 보니 길이 너무 복잡해서 정부에서 법으로, 장사는 해도 되는데! 차라리 아케이트를 만들어라! 라고 지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38km 의 거대한 쇼핑 거리가 만들어진 거죠. 옛날에는 말도 지나다녔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높이도 아주 높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문제 없음!)







센트럴 기차역이 환승 역이어서 인지, 이른 아침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각 목적지로 가는 승강장은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전광판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우리도 다음 목적지인 베네치아로 가는 기차를 타는 승강장을 확인한 후, 떠나는 사람들과 도착하는 사람들, 그리고 잠깐 멈추어서 환승 하는 사람들 사이를 걸었다.



(들어가서 계단으로 이동하지 않고, 바로 열차를 탈 수 있는 이런 구조의 승강장은 뭔가 마음을 더 설레는 것 같다.)



우리의 승강장은 4번! 기차역에 앉아있으니 떠난다는 실감이 난다.




(안녕 볼로냐...!  어쩌다 보니, 관광지도 하나도 못 보고 떠나는구나!)

 








아무래도 볼로냐에서의 우리의 이동 순간들이 모두 파란만장 했기 때문에, 웅지가 걱정이 된다며, 직원분께 물어보겠다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물어보러 간 웅지를 기다리며.)




그리고 역시나,






우리가 베네치아로 가는 열차를 탈 4번 승강장이 맞지만,  4번 승강장이 아니었다. 이 무슨 수수께끼 같은 말인가 하면, 이 거대한 역에는 중앙에 승강장 1~11번, 동쪽 맨 끝에 승강장이 1~4번, 서쪽 맨 끝에 승강장 1~7, 그리고 지하철 승강장 16~19번, 이렇게, 마치 새 폴더(1), 새 폴더(2),...이런 것처럼, 무수히 많은, 같은 숫자의 승강장이 있었던 것이다.


출발하는 승강장과 다른 방향의 4번 승강장에 있었던 우리는, 혼비백산 해서 캐리어를 끌고 가며 생기는 시간 차이도 불안하여 그냥 냅다 가슴 팍에 안은 채 계단을 내려가 지하도를 달렸다.


 

(그 와중에 언젠가 이 미친 여행에 대해 쓰겠다고 사진을 찍어두었던 10년전의 나.)

 


(다시 봐도 모르겠어.. 이쪽도 3-4 이고, 저쪽도 3-4 래요..)

 


다행히 미리 기차역에 와 있던 거라서, 당황함에 달리는 바람에 겨우 맞는 4번 승강장에 도착했을 때 체력은 안 남아있었지만, 시간은 출발하기까지 어림잡아 20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플랫폼에 앉아, 그제서야 아까 산 빵을 꺼내 들었다. 피자 빵은 따뜻하게 구워서 포장해주어서 아직도 따끈따끈했다.




(2유로에 남자 손바닥 하나 반 정도이고 꽤 두툼했다. 심플하지만 풍부하고, 느끼했지만 맛있는 맛.)

 


(이번에는 확실히 맞는 승강장.)

 


20분 후, 베네치아로 가는 기차가 도착했다. 웅지는 다른 차량이라서 따로 기차에 올랐다.

이제 떠난다. 볼로냐, 정말 안녕!



(하도 다닌 관광지가 없어서, 길가다가 그냥 찍은 사진을 올려봅니다. 어딘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 후, 얼마간 기차가 달리니, 바다가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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