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대학 신입생의 영국 유학기
아기 새와의 만남 이후, 마음을 다잡고 도착한 유학 박람회장. 영어 면담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각 테이블마다 통역사님이 계셨다.
맨 처음으로 찾아 간 나의 입학 목표 1순위였던 킹스턴 대학교 부스.
Fine art 학과 총장님이신 Ann Hulland 교수님이 학교 대표로 와 계셨다.
앉자마자 신속하게 시작된 포트폴리오 리뷰.
- 라고 조리 있게 설명하고 싶었지만!
너무 긴장해서 영어는 물론이고 한국어로도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럴 줄 알고 아예 포트폴리오에 설명글을 넣어서 인쇄 했지!
포트폴리오를 끝까지 보시고 다시 앞에서부터 보시기를 몇 차례 반복, 길어지는 정적의 시간 속에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너무 긴장해서, 앞머리는 이미 땀으로 쫄딱 젖어버렸다.
서늘한 실내에서 혼자서 비맞은 꼴로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드디어 교수님께서 피드백을 시작하셨다.
뜨끔했다.
몇달 간 독학으로 풍경화나 소묘 등을 시도해 보긴 했지만 (유학 포트폴리오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알고 있음) 어딘가 미묘하고 완성도가 별로여서 오히려 실력 부족이 들킬 것 같아 빼버렸는데..
결국 들켜버렸구나.
부끄럽고 자신의 부족함이 분하고..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할걸 하는 후회가 물려왔다.
하지만 이미 늦은 일, 이제는 아무리 속상해도 솔직하게 없다고 답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게 없다.
교수님은 잠깐의 침묵 후에 말을 이어가셨다.
예상했던 말이지만 가슴이 쿵 내려 앉는 것 같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