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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율 May 30. 2024

22화 : 악몽의 이사(1)

늦깍이 대학생의 런던 유학기




피곤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하교한 목요일 오후, 





도착한 기숙사에는 악몽의 시작을 알리는 편지 한 통이 놓여있는데, 이 방에 사는 사람에게 라고 써 있는 그 편지의 내용은 심플하고 불길했다.

 





“이 편지를 받는 즉시 리셉션(기숙사 사무실)으로 오라.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무슨 일인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일단 리셉션으로 허겁지겁 달려갔더니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에게 첫날부터 고난을 계속해서 던져주던 ”그 인!간!“ 이라고 분한 얼굴로 부르고 싶은 바로 그 사무실 직원! (11화 첫 기숙사오 영국 날씨 신고식(1) 과  19화 학식,선의,그리고 고양이 참고)

 




그리고 그가 이번에 던진 폭탄은 가히 역대급이었는데. 




 








“너 지금 L 건물에 살고 있던데.. 그 건물은 다음 학기에 들어올 학생들을 위해 소독을 진행해야 하니 다른 건물로 옮겨.”

 




 

“ ???? (갑작스러운 전개에 당황해서 말을 못 잇고 있음)“ 

 





 

“ 참나, 애초에 L 건물에 학생들은 안 넣었는데, 왜 넌 거기 살고 있었어? 너 돈은 내고 살고 있니? “

 



 

정작 자기 잘못도 아닌 다른 직원이 안절부절 못하며 계속 사과를 했다...




자기가 거기다 배정하고는 너 혼자 그 플랫 쓰겠네? 와하하 럭키다 라고 했으면서? (11화 참고)


심지어 그 건물의 다른 플랫에 나 말고 다른 학생들도 살고 있는 걸 내가 아는데? 

 



너무 당황하여 사색이 된 채 눈만 깜박이고 서 있자, 다른 직원분들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본인들 잘못도 아닌데도 미안해를 연발했다. 

 




기숙사에 들어 온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왜 

아직도 내 이름이 시스템에 등록이 안 되어 있어서 내가 거기 사는지 아무도 몰랐고,

나도 다른 학생들처럼 돈을 내고 정당하게 들어간 것인데 

왜 

나만 계약 기간 중에 옮겨야 하며, 

왜 

이 사람은 계속 하대를 하며 마치 내가 불법으로 들어와 살고 있는 범죄자인 것처럼 말하는 걸까? 

 




휘몰아치는 부당함에 화가 났지만 일단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서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단호한,  “No, you have to move out.(안돼, 너 이사해야 해)” 의 반복. 

전혀 대화가 이루어질 기미가 안 보이고, 다른 직원분이 더 좋은 방에 넣어 줄게 하며 달래기에 그냥 포기하고 상황을 받아 들이기로 했다. 



 



다른 친절한 직원이 내일 해도 되잖아요 하는데도 ”No,  No,  No,  Must leave today.(아 안돼~ 안돼~ 오늘 방 빼야 해)” 라고 하면서 뭐가 문제냐는 듯 태연하게 쳐다보는 그의 얄미운 눈과 입에 너무나도 딱밤을 먹이고 싶었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과 분노로 사고가 되지 않아 굳어있는데,  30분 안에 짐을 싸면 사람 불러서 옮기는 것 정돈 도와줄 순 있지~ 라며 빙글빙글 웃는다.


이 사람, 분명 내가 못할거라 생각하고 한 말이겠지. 하지만 분노한 나에게 불가능은 없거든? 30분 안에 이사하라면 내가 못 해낼 줄 알고!? 덕분에 머리가 차가워져서 정신이 들었다. 아주 고마워!


차가운 눈빛으로 째려봐주고 바로 기숙사 정원을 달려 3층 건물을 뛰어 올라가서, 며칠 전에 받은 택배(30kg) 상자와 캐리어에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던져 넣었다. 


그리고 다시 3층을 내려가 정원을 달려, 25분 안에 리셉션에 도착.  


진짜 30분 안에 짐을 쌌어? 라고 놀라는 그 인!간!에게 엄청 큰 썩소를 지으며 (마음 속으로는 중간 손가락도 보여주었다.) 당당하게 약속했던 바를 지킬 것을 요청했다.







고생 끝에 얻은 직원 분(이 분은 정말 친절한 분이셨다)과 연락하자마자 달려와준 모나와 함께 기숙사 맨 끝 동 건물의 3층으로 짐을 옮겼고, 

엘리베이터 없는 두 건물의 3층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도와준 두 사람 덕분에 불가능 할것 같았던 한 시간 안의 이사가 빠르고 수월하게 끝났다. 

 

 



그 후, 고마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나를 오히려, 고생했다며 토닥여주고나서 두 사람은 돌아갔고, 새 플랫에는 정적과 나만 남았다.


갑자기 힘이 빠져 침대 위에 주저 앉는데, 눈물이 후드득 떨어진다. 




그 때의 심정을 표현한 힘 없는 그림


갑작스럽고 긴박한 상황이 지나자 안심이 되는 마음과 동시에 속상하고 서러웠던 감정이 섞여서 터져 나온 것 같았다. 


 그런데 안심하긴 아직 일렀던 그날의 불행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한참 울고 있던 내 머리 위로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우며 어떠한 소리가 들려 왔던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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