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커피가 월요일 아침을 깨운다…
봄은 지나갔지만 여름은 아직 오지 않은 계절…
모닝 페이지(morning page)를 다시 시작한 지 일 주일째다…
자전거를 서른이 훌쩍 넘어 배웠다…
삼십 분 넘게 하얀 화면을 보며 썼다 지웠던 첫 문장들이다. 글쓰기는 ‘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그 한 문장이 다음 문장을 만들고, 그 다음 문장이 또 다음 문장을 만들고… 그렇게 글이 지어진다.
첫 문장을 써놓고 다음 문장을 연결하지 못했다. 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을까. 첫 문장이 잘못 쓰인 걸까. 어떤 내용을 쓸지 미리 구상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이런 식으로 글쓰기를 포기하거나 이렇게 될 것이 두려워 아무 시도도 하지 않던 날들이 떠올랐다. 또 다시 과거의 패턴이 반복된 것이다.
자판에서 손을 떼고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노트북 전원을 끄고 집으로 갈까, 에어컨 바람이 너무 차서 감기에 걸릴 것 같아. 그래, 그만 가는 게 좋겠어. 욕실 청소도 해야 하고, 밀린 빨래도 해야 하잖아. 슬슬 배가 고픈데, 제때 밥을 먹지 않으면 위장병이 도질 지도 몰라.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뇌란 녀석은 참 영리하다. 글을 쓰지 않고 이대로 돌아가야 할 수백 가지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만히 뇌에게 말한다. 미안, 더 이상 너에게 속지 않아.
이제는 그 이유를 안다. 글이 써지지 않은 이유.
몰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쓰기 자체보다 어떻게 쓰면 멋있는 문장이 될지, 어떻게 쓰면 내 생각을 훌륭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더 많이 의식했다. 방점이 ‘멋있는’, ‘훌륭하게’에 꽂혀 있었다. 쓰는 ‘과정’ 보다는 쓰고 난 후의 ‘결과’에 집착했다. 멋있고 훌륭한 것의 기준은 끝도 없다. 멋있고 훌륭한 것을 좇으면 좇을수록 그것으로부터 점점 멀어져간다. 남는 것은 내 글에 대한, 내 자신에 대한 초라함뿐이다. 자만과 과도한 욕심이 상대적 결핍감을 만들어낸다.
나는 글을 못 쓴다. 여기서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글을 못 쓰니 잘 쓰려고 할 필요가 없다. 김연아가 아니니 트리플 악셀을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그저 스케이트를 즐기면 그만이다. 잘 쓰려는 대신 즐겁게 쓰기로 한다. 즐겁지 않다면 쓸 이유가 없다, 적어도 나에겐.
한 문장이 자연스럽게 다음 문장을 만들어낸다. 에고는 이 글이 어디로 갈 지 알지 못한다. 막다른 길에 부딪힐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다. 무의식이 나침반과 지도, 아니 최신식 네비게이션을 갖추고 있음을 알고 있으니. 그러니 마음대로 드럼을 치듯 자판을 두드려도 괜찮다.
진한 커피가 월요일 아침을 깨운다. 모닝 페이지(morning page)*를 다시 시작한 지 일 주일째다. 덕분에 글쓰기가 자유로워졌다. 봄은 지나갔지만 여름은 아직 오지 않은 계절, 에어컨 바람 보다 자연의 바람을 맞고 싶다. 이제 노트북 전원을 끄고 밖으로 나간다. 뇌에게 속은 것이 아니다. 자전거를 타야겠다. 나는 자전거를 서른이 훌쩍 넘어 배웠다.
어쨌거나, 자전거 타기에 아주 좋은 날씨다. 다행이다.
*모닝 페이지(morning page)
줄리아 카메론이 자신의 책『아티스트 웨이(Artist Way)』에서 소개한 창조성 회복 방법 중 하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의식의 흐름대로 노트 3페이지 분량을 채우는 글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