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시반의 생각
실수가 엎어진 물이면
실패는 깨어진 컵이다.
엎어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컵을 자유비행이나 수직낙하시켜 떨군다면 어떻게 될까?
계속 떨군다면 바닥과 마주하는 순간 컵은 비명 또는 탄식과 같은 파열음을 내며 깨어진다.
다시 말해본다.
실수가 엎어진 컵이면
스스로 낙심하는 것은 컵을 바닥에 떨구는 일이다.
낙심이 떨군 마음이고 떨어진 컵이며 깨어진 컵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원하는대로 안된 것이 실패가 아니라 낙심한 자신이 실패다.
엎어지기만한 컵의 물은 다시 담으면 그만이지만 깨어져 버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컵은 어디서 다시 사올까.
실수에 사로잡혀 자신을 너무 쉽게 실패자로 만든 적은 없는가.
뒹구는 컵을 바로 세울 용기가 없어서
발에 채이고 깨지게 놔두고 있는건 아닌가.
실수와 현실은
인정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엎어진 물은 닦고보면
오히려 깨끗히 물청소한 바닥이 된다.
자신을 세게 쥐어박고 자책하는 것은 닦을 것을 가져오는 현명함을 발휘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러니 실수에 사로잡히지 마라.
자신이라는 컵의 손잡이를 놓치지 마라.
절대 낙심하지 마라.
그깟 실수 때문에 자신을 잃지 마라.
온기를 품은 고요한 머그잔의 얇아진 끝에 입술을 갖다 대듯이 살짝 설레며 다시 시작해보자.
한 모금 마시고 컵 안에 이는 작은 파동처럼 내 마음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면 추운겨울 따스한 목넘김에 훈훈해진 내면처럼 어느새 삶 속에서도 그 따뜻한 온기가 느껴질 것이다. 컵 안에서 밖으로. 컵에 닿은 두 손의 표면을 따라 은은하게 전해지리라.
컵을 바로 세우고 온기를 담아라.
더는 쏟아질 것도 없이 비우고
비워진 자신을 세워 뜨거운 사랑을 담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