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오늘 시계 약을 갈았다.

이야기해주는 남자 #3

by 빛솔

전화기의 눈부신 발달이 시계를 멈추게 한 건지 시계를 차고 나갈 일이 현저히 없어진 건지와는 별개로 약 갈아줄 때를 놓친 시계는 가만히 죽어있었다.


잠시 외출하는 길에 시계 약을 갈았다.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분, 처박혀 있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시계는 즉시 살아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초침에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나 역시 분명히 살아냈지만 죽어 있던 시간들이 있었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써먹지 못했던 시간들은 시계 약을 교체하는데 걸린 그 2분 같은 메시지를 만난 후 달라졌다. 기억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 시간들이 어떤 의미였는지 알고 나니 내 인생은 약을 갈아준 시계처럼 다시 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나도 내 시침과 분침과 초침까지 움직이게 했던 그 2분 같은 메시지로 누군가의 인생이 다시 가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누구나 스스로가 인생이라는 위대한 시계의 수리공이 될 필요가 있다.


내 스승님은 디지털시계가 아닌 항상 초침이 있는 아날로그시계를 선호하셨다. 때를 맞춰 움직이는 초침의 생명력이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때에 대해 가르쳐주셨다.

인생은 때를 맞춰 살아야 약 떨어진 시계처럼 처박혀 있는 신세를 면한다. 때를 맞춰 움직이며 살기만 해도 생각지도 못한 기회들을 잡게 된다. 크고 작은 시간과 때를 아는 사람은 반드시 크고 작게 인생을 성공한다.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한 수없이 많은 자기 계발서들이 난무하지만 시간보다 중요한 '때'라는 핵심을 배워야 한다.


잘 보면 모든 시간은 때를 위해 쓰인다. 때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어도 소용이 없다. 때를 모르면 투자한 시간들을 한 순간에 날려버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시험공부하는 시간은 시험이라는 때를 위한 것이다. 시험공부를 1년간 했어도 시험 당일이라는 때에 안 가면 열심히 노력한 시간들도 무의미해진다. 차를 타고 달려간 시간은 약속이라는 때를 위한 것이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시간은 여행이라는 때를 위한 것이다. 주로 시간 관리라고 하면서 시간만을 쪼개고 볶아대지만 사실 진짜 시간 관리는 '때' 관리다.


타임보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명품 시계일수록 중력의 오차를 최소화하고 시간의 정확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를 구현해 낸 시계 중에 비싼 것은 시계 한 개에 3억 도 하고 20억 도 한다. 그러나 그런 시계를 차고도 때를 안 지키면 시계가 우스울 뿐이다. 정확한 시계보다 정확한 때를 지키는 인생은 훨씬 더 값어치가 있음을 정말 깨닫고 살아야 한다. 시계가 약을 새로 갈면 정확한 때를 가르치며 살아 움직이듯이 자신도 때를 알고 때를 지키며 살면 살아 움직이는 인생이 된다.


시계를 차고 있어도 때를 안 지키면 헛일이듯이 인생을 살고 있어도 때를 모르면 인생의 시간이 헛되게 돌아간다.
그냥 숨 쉬고 있다고 사는 것이 아니라 때를 맞춰 생명력 있는 시간을 보내야 살아도 산 것이다.


때 관리를 위해서는 몇 가지 지혜와 기술이 있는데 이 글을 통해 간단하게 3가지 정도만 나눠보고자 한다.


첫 번째, 할 일은 그 일을 할 시간과 꼭 붙어 있다. 집게손가락과 엄지 마주대며 따라 해 보자. 할 일(엄지)은 그 일을 할 시간(검지)과 꼭 붙어 있다. 이렇게 제 때 할 일을 해야 만사가 오케이다. 지금은 어떤 일을 하기에 최고의 적기인지 늘 파악하고 찾아내며 일해야 된다. '때'라는 기회는 수도 없이 지나가는데 때를 모르면 뜨끈한 밥을 앞에 놓고도 다 식은 밥이나 먹게 된다. 지금은 어떤 때이고 무엇을 할 때인가 분별하는 것, 그리고 할 때 해버리는 것 이 두 가지만 잘해도 일도 시간도 아깝지 않게 세트로 가져갈 수 있다.


두 번째, 크고 작은 때가 있다. 먼저 큰 때를 잡아라. 때라고 하면 보통 순간의 타이밍만을 생각하지만 자신의 인생에 큰 타이밍들을 잡고 갈 줄 알아야 한다. 초등학교 때는 큰 동그라미 안에 줄을 긋고 놀기, 밥 먹기, 숙제, 꿈나라 등으로 채워가며 하루를 계획한다. 학생이 되면 시간표를 받아 들고 일주일 단위를 계획하며 살아간다. 조금 더 커서 대학생이 되면 학기 단위의 학사일정을 따라 상하반기를 계획하며 산다. 그 후 입사해 보면 어떤 기업체든 연간계획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직급이 높아지고 PM이라도 되면 3~5년짜리 7년, 10년짜리 계획이 있음을 알게 된다. 많은 사람들을 책임지는 CEO쯤 되면 최소 10년 이상을 내다봐야 된다. 느껴지는 바가 있는가? 이쯤 되면 시간관리가 아니라 <세월 관리>라고 해야 될 것이다. 만약 보다 젊은 날 자신의 인생에 CEO가 되어서 하루보다 큰 때를 구상하고 계획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생이 달라진다. 이건 너무 중요한 부분이라 적어도 20대 이상은 최소 3년, 7년, 10년을 바라보도록 기획해 주고 코칭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내가 15년 전부터 쓰던 <세월 관리>라는 단어를 아직은 뷰티 관련 분야에서 밖에 못 봤다. 그만큼 대중화되지 않은 개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꼭 때를 알고 살았으면 한다.


세 번째, 제한 시간을 정하는 것이다. 아주 우유부단한 내담자가 있었는데 저 장애물을 뛰어넘을까 돌아갈까 하다가 부딪혀서 다리가 부러지고 펜을 사러 들어가서 30분을 고민하다 빈손으로 나올 정도로 결정장애였다. 이 분은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제한 시간을 거는 방법으로 해결되었다. 예를 들면 10초 안에 여기서 못 고르면 안 사는 거야. 3일 안에 최소한 이런 결과가 안 나오면 접는 거야. 하고 실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어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어떤 일을 할 때도 마치 요리할 때 오븐의 온도를 맞추고 시간을 맞추듯이 때를 정해놓고 실천하는 것이다. 때를 놓치면 음식 타듯이 본인도 쳐다보는 사람도 속만 타들어간다. 자꾸 제한 시간을 걸어놓고 살다 보면 때를 맞추는 감각이 생긴다. 정확히 지켜보면 알겠지만 시간은 지키는 맛이다.


시간과 할 일의 세트화, 세월 관리, 제한 시간을 거는 법 이 세 가지부터라도 꼭 삶에 적용시켜 보시길 바란다.

인생이 바뀌기에 늦은 때라는 것은 없다.

지금부터 즉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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