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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Nov 18. 2015

따뜻한 삶의 무게, 앨범


유독  글자로  단어 중에 
따뜻한 말들이 많다.
담요, 우리, 사랑, 친구,
하늘, 햇살, 가족, 마음, 당신 
... 그리고 추억 


아날로그 라이프를 살아가며 내겐 조그맣고 소중한 변화들이 생겼다. 출근길 지하철  너머로 비치는 풍경을 바라보며 하루를 기대하는 시간도 생겼고,  손에  재미있는 책도 읽을 시간도 생겼다. 돌아오는  전화 너머로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뭐라고 말하면 웃을까-하고 생각하며 나도 빙그레 웃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휴대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결코 아니지만, 휴대폰을 향한 투쟁적인 집착에서 벗어나 이제야 우리 (휴대폰과 ) 적당한(정상적인) 사이가 되어가는 듯했다.



또 내게 어떤 아날로그 기류를 보내면 좋을까 생각하던 중 친구가 건넨 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SNS 중독 때문에 괴로워하던 한 외국 모델이 SNS을 사용을 중단한다는 동영상을 올린 것에 대한 기사였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 또한 약 2년 전까지만 해도 SNS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인증샷과 셀카를 찍어 올렸고 댓글을 읽으며 안심하고 좋아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SNS을 하며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중학생 시절 사람들이 다 나만 쳐다본다고 착각해서 소풍 가기 전 옷을 서른 벌이나 갈아입고 나가 쭈뼛쭈뼛 행동하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스타가 아닌 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바쁘기 때문에 타인에게 크게 관심이 없다. 결국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사는 것은 아무것도 채우지 못하는 공허한 삶을 사는 것과 같다.


일 년 전부터 SNS 사용을 점점 줄이고 사진을 인화해 앨범을 만들고 있다. 1년 치의 소중한 추억들이 담긴 사진 100장을 골라 앨범에 담는 것이다. 이 안에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아주 자유로울 수 있다. 못 나온 사진, 잘 나온 사진, 다른 이가 보면 무엇인지 모르지만 내겐 특별한 사진들 모두가 담겨있다. 그야말로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한 행동이 아니라, 내 삶 자체를 느끼고 즐겼던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의 모든 순간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다. 올해도 같은 앨범을 사고 100장을 신중히 골라 인화를 맡겼다. 사진을 고르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올 한 해 그 어떤 세월보다 충실히 나의 행복 만들어가고, 느끼며 살았구나-라는 생각 덕분이었다. 함께 했던 소중한 사람들과의 연말 만남에 앨범을 들고 가 포스티 잇에 그들의 메시지를 받을 예정이다. 



앞으로도 앨범을 꾸준히 만들며 따뜻했던 순간들을 진솔하게 남길 계획이다. 내 삶의 주인공이 타인이 아닌 내가 되는 삶. 디지털에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한 장 한 장 무게감 있는 내 삶의 중심을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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