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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Future Writers

by 강작 Nov 12. 2015

팔로워 말고 마음의 친구


당신에겐 마음의 친구가 있나요?



"저요, 이 에이번리에서 마음의 친구를 가질 수 있을까요?"

"뭐? 무슨 친구라고?"

"마음의 친구요! 그건 아주 친한 친구라는 뜻이에요. 마음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뜻이 맞는 친구 말이에요. 전 그런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길 내내 꿈꿔왔어요."




SNS가 오늘이 친구의 생일이었다는 것을 알려줬다. 문득 너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지만 받는 이 주소에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퇴근길 밤하늘이 너무 아름답다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결국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메신저 창에 단짝이라고 그룹 지어놓은 친구들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일까? 우리가 메신저에서  주고받는 수많은 대화들은 무엇이었을까?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갑자기 불쑥 외로움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매일 만나는 사람들은 직장 동료들이었고 친구들은 한 달에 한 번도 채 만나기 어려웠다. 우리는 메신저로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대게 그때뿐인 일회성 대화였고 진심의 공감이나 위로를 전하기에는 부족했다. 항상 꼭 붙어 다니던 학창 시절 때와 달리 메신저로는 친구의 일상을 모두 다 알 길이 없었다. 그녀가 메신저 안에서 미처 풀어놓지 못한 힘든 감정들과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을 나는 알아채지 못했다. 나 또한 내 일상을 모두 메신저로 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렇게 우리 사이의 빈 틈은 자꾸만 커져갔다. 학창 시절 함께 웃고 놀았던 친구에게 평범한 저녁 "날씨가 추워졌어.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하고 말하고 싶지만 통화 버튼을 바라보며 누를까 말까. 한참 망설이고 있다. 이내 의기소침해지는 것이다. 내게 마음의 친구가 있긴 한 걸까?



이런 생각만 머리에 맴돌았다. "마음의 친구였던(혹은 마음의 친구이고 싶었던) 그녀에게 지금 전화를 하면 받을까? 혹시 바빠서 몇 마디 못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다른 친구와 함께 있는 상황은 아닐까? 지금 전화해도 될까? 전화해서 첫마디는 뭐라고 해야 할까?  그다음은? 만나자고 해야 할까?" 함께 웃었던 그녀를 떠올려보았다. 그냥 평소처럼 메신저로 대화를 건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럼 그 대화의 마지막은 "그래 조만간 보자."라는 일회성 인사로 마무리 지어질 것이란 걸 알았다. 그런 결말을 원하지 않았다. 단순히 "잘 지내?"로 시작해서 "응 오늘도 잘 자."로 끝나더라도 진심을 나누고 싶었다. 종종 이렇게 목소리라도 듣자라는 일종의 안부를 묻고 싶었다.

SNS를 통해서 남일 구경하듯 친구의 소식을 듣고 댓글 하나 남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소식을 전화 너머라도 실제로 듣고 더 적극적으로 친구에게 기뻐해 주고 힘든 일은 더 섬세하게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거리와 시간의 제약이 없어진 SNS와 메신저가 생기면서 우리는 더 멀리서 더 가볍게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 같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가까이 깊게 다가가는 진심인데 말이다. 마음의 친구. 나는 한 참 동안 SNS으로만 소통해왔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연락처 목록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 바라보았다. 누르고 싶었지만 그쪽에서 당황할 것만 같았다. '메신저로 대화하면 되지 무슨 전화야?'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다시 고민이 들어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었다. 그러다 내가 마음의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당황하더라도, 혹은 바쁜 상황이더라도 내 전화를 받아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다 번호를 눌렀다. 그러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분명 당황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을 찰나 벨소리가 울렸다. 


얼른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는 나의 대학 선배였다. "어이 어쩐 일인가" 하고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했지요."라고 능청스럽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마음은 왠지 떨렸다. 나는 이미 그가 긴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과 일에 바쁘다는 것을 그의 SNS을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기록해둔 것 이외에 일상의 안부가 궁금했다. "아픈 곳 없이 잘 지내죠?" "응. 너도 일 어려움 없이 하고 있어?" "네, 저는 잘하고 있어요" "힘든 일은 없고요?" "아이고 일이 바쁘지" "바쁘면 좋죠 뭐" 짧았지만 따뜻한 대화. 멀리 떨어진 틈 사이가 크게 한 걸음 좁혀진 것 같았다. 전화를 끊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바보같이 배시시 웃고 있었다. 그리곤 속으로 말했다. '앞으로도 종종 목소리 들어요.'



다음 날이었다. 저녁 7시쯤 전화벨이 울렸다. 선배와 같이 친해졌던 친구였다. "어이 잘 지내냐!" 반가운 목소리였다. "어쩐 일이야?!" 하고 나는 놀라 인사했다. 오랜만에 통화를 하는 거라 그 또한 약간은 어색한 것 같았다. 내게 전화가 왔다는 선배 말을 듣고 전화했다는 것이다. 나는 너무 고맙고 반가워서 이름을 몇 차례나 다시 불렀다. 그리고 "반갑다."하고 일상의 대화를 이어갔다. 신기한 일이다. 마음의 친구에게 다가가니 마음의 친구가 다가왔다.


- 김용택


이제 평범한 날에도 종종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인생은 휴대폰처럼 다시 충전되지 않으니까

인생은 단 한번뿐이니까

현대문명이 멀어져라 멀어져라 해도

더 가까이 가까이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 곁으로 다가가고 싶다.   




. 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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