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작 Sep 02. 2022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제주도에서 사고가 난 엄마를 간병한 지 2개월이 지났을 무렵, 입원실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몇 년 전 여행길에서 만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그녀로부터 온 편지였다.


- 어떤 말을 해야 위로가 될지 모르겠어.


또박또박 적힌 글씨를 보니 그녀의 다부진 눈동자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났다. 나보다 아마도 세네 살 정도 많은 그녀는(우리는 마음의 친구이기 때문에 정확한 나이는 모른다) 똑 부러진 리더십의 소유자로 누구나 알만한 회사에서 인정을 받으며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불현듯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지방으로 건너가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몇 년간 주인장을 맡겠다는 계약을 했다. 당시 나도 퇴사를 망설이고만 있었는데 그녀는 용감히 저지르고 만 것이다.

그 후 나는 그녀의 블로그를 염탐하며 그 무모하고 설레는 도전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하였다. 눈길을 끊을 수 없었던 건 그녀 앞에 신기하고 놀라운 일들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일기에는 항상 이런 문장들이 쓰여 있었다.


- 정말 신기하게도 말이야

- 굉장히 우연적인데

- 말도 안 되게 놀라운 일이!


무슨 주술이라도 쓰고 있는 것처럼 그녀에게 작고 큰 행운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던 것이다. 그러다 제주의 병실 안에서 보내준 편지를 읽던 중 나는 그녀가 가진 비밀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편지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 지혜야. 슬픔이 찾아와도 행복의 문을 닫지 말아. 행복의 문을 활짝 열어두어야 행복도, 평화도, 행운도, 기쁨도 들어오는 거래.


눈물이 나려던 걸 꾹 참으려고 얼른 편지를 봉투에 집어넣었다. 한꺼번에 몰려든 슬픔에 잠식될 것 같았던 하루하루에도 여전히 거기 행복의 문이 있었구나-하고 저녁 내 그 단단히 닫힌 그 문 앞을 서성였던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마치고 그녀는 작업실을 열었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녀로부터 뜻밖에 부친 상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지병을 앓고 계셨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이른 부고라 그녀조차 놀란 것 같았다.

그 후 한 달 정도 지났을까, 작업실을 다시 열었다기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녀는 예상대로 환한 얼굴로 맞아주었다. 그리곤 작업실을 열게 된 우연적인 일들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해주었고 나는 또 '정말요?', '말도 안 돼!', '와 진짜 신기하다'를 연발했다.



그러니까 나는 그곳에 있는 내내 그녀의 마음속에 있던 행복의 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행복을 환영하기 위해 단단한 마음으로, 열어놓은 문. 나도 그런 아름다운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하고 다짐 같은 물음이 띄워졌다(대화가 마무리될 무렵, 조심스레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는 그녀의 눈이 눈물로 빛나는 걸 보았다. 그제야 나는 그녀가 슬픔의 문도 닫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마도 맺힌 눈물로 바라보는 행복이 더 찬란하게 빛나도록 그냥 내버려 두기로 한 것 같았다.).


다음날 여지없이 텃밭으로 일하러 가던 중, 우연히 놀라운 광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작은 트럭 뒤에 궁서체로 무언가 또렷이 무언가 적혀있었는데 기묘하고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소름(웃음). 혹 용기 내 연 나의 마음속 행복의 문에, 행복이 입장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 아닐까? 마치 그녀처럼. 늘 행복하기로 결심한 그녀처럼 말이다(이 자리를 빌려 트럭기사님 감사합니다!).




글. 강작(@anyway.kkjj)                  

이전 11화 한없이 아이여도 괜찮아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