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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Sep 05. 2022

너는 참 너답게 말한다

"옥수수 털리고 싶냐?" 조폭처럼 말하고 싶은 날이 많았다. INFJ인 나는 어릴 때부터 유독 장난스러운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곤 했다. 초등학생일 때는 남자애들이 많이 놀렸는데 억울해서 집에 와 엄마에게 이르면 엄마는 늘 그 애들이 나를 좋아해서 그런다고 이상한 얘길 했다. 그땐 그냥 그렇게 여기기로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자들 뿐인 여중 여고에서도, 다 커서 들어간 대학에서도 '나를 좋아하는데 부끄러워서 괴롭히는 애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이미 조금씩 알고 있었다. 실은 그 애들이 나를 소중히 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경험을 바탕으로 통계를 내어본 결과 무례한 사람들의 특징은 이렇다.


1. 거들먹거리는 표정의 고수다.

2.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과 위풍당당한 목소리를 갖고 있다.

3. 잔꾀가 많아 말을 잘 받아친다.

4. 괴롭히고 싶은 상대의 말을 듣지 않는다.

5.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 사람의 눈치를 본다.

6. 알고 보면 애정 결핍인이다.


이들의 무례함은 필터를 거치지 않거나, 거침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저지르는 경우로 나뉘는데 대부분이 굉장히 호탕하고 가벼운 말투라는 공통점이 있다. 말투는 가볍다고 해도 그 안에는 독이 숨어 있는 법. 순한 양 같은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맞대응을 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기분 안 좋네. 한 소리 해줄 걸.' 하고 생각만 하고 만다.


무례한 사람에게 30년 넘게 당해왔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무례한 사람에게 대처하는 법에 관한 책들을 모조리 읽은 것 같다. 그중에서 가장 손꼽을 수 있는 대처법은 바로.


- '너 자신을 알라'법


왜 이 방법을 1위로 뽑았냐 하면 다른 방법들은 약간씩이라도 응용을 해야 한다면, 이 방법은 응용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무례함을 당하면 즉시 이 말을 내뱉으면 된다. 예를 들어, 그들이 농담하고 있다 것을 가장하여(실제로 진심인데 척하는 것이다) "지혜야. 너 왜 이렇게 안 탔어? 놀러 안 다닌 티 너무 난다."라고 했다고 치자. 이 말은 실제로 내가 대학생인 시절에 동아리 친구로부터 들었던 말인데, 그의 조소하는 표정을 보고 그가 내심 '친구 없어서 놀러 못 다녔구나?'라고 말하고 싶었단 걸 알아챘다.

만약 말재주가 좋은 사람이면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센스 있게 받아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정색하며 그에게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그럼 분위기가 싸-해짐과 동시에 그가 더 크게 조소하며 "야 농담이야 왜 이렇게 정색해?" 하는 것이다. 억울한 건 사실 당시엔 난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입만 삐죽 내밀었을 뿐이었단 것.


이때 '너 자신을 알라'법을 사용하다면 분위기를 차갑지 않게 하면서도 상대를 단숨에 당황시킬 수 있다.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 너 말도 참 너답게 한다.


사용해 본 결과 무례한 상대가 아무리 꾀가 좋다고 하더라도 이 말을 들으면 순간 당황한다. 그리곤 잠시 뒤 멘탈의 안정을 찾은 상대는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나다운 게 뭔데?" 정색해 있다면 반쯤은 성공. 그럼 또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하면 되는 것이다. "에이 왜 정색하고 그래. 나도 농담이야."라고.


이외에 좋은 방법은 칭찬하면서 돌려 까기. "민규야. 그거 재밌으라고 말한 거야? 나는 네가 재밌는 사람인 줄았는데 아니었네~." 하면서 웃기. 혹은 좀 더 직설적으로 "나는 평소에 네가 말을 되게 배려심 있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좀 의아하네?" 하며 웃기.


장마가 지나고 얼마 뒤 옥수수를 수확 때가 되었다. 손바닥 한 뼘 정도 되는 크기의 작은 모종을 텃밭 뒤쪽으로 다섯 개 심었는데 어느새 내 키보다 훨씬 크게 자라 있었다. 난생처음으로 직접 심고 키운 옥수수를 수확하는 날. 한 나무에 많아야 네 개 정도가 열리는데 늦게 따면 벌레들에게 양보를 해야 한다.



수확하는 방법은 아주 통쾌하다. 한 손으로 대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옥수수의 몸통을 잡는다. 그리고 한 번에 힘을 줘 아래로 우지직! 꺾는다. 얼마나 통쾌한지 속이 다 후련하다.


남편 손입니다(하하)


앞으로 옥수수 털고 싶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꼭 옥수수 수확의 통쾌함을 잊지 않으리. 그래서 반드시 세상 무례한 사람이 자신이 무례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리!




글. 강작(@anyway.kkjj)


금요일 업로드하겠다고 했는데- 쓰고 싶은 글이 많아서 수시 업로드가 되었습니다. 공감의 눈길과 애정의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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