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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Jun 25. 2018

Local food I 부산01 밀면

; 橘化爲枳 귤화위지 냉면에서 밀면으로

어느나라든 그 나라의 관문이 되었던 항구도시에는 수많은 외지인이 들고나며 전국 각지의 음식문화가 이식된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다.


그 역사가 오래된 대한민국의 중심항구인데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피난민들의 기착지가 되었던 곳인지라 북쪽의 음식문화가 자연스레 피난민의 행렬을따라 남하, 정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후와 풍토가 다르면 강남에 심은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로 되듯이 북쪽의 음식은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변화된 음식으로 자리를 잡게된다.

그 대표적인 음식이 부산 밀면이다.

함흥냉면, 평양냉면

평양식이나 함흥식 냉면에서 조금 옆으로 새어나간 부산식 냉면인 밀면.

단 한 차례의 폭격이나 전투도 벌어지지 않았지만,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피난민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겨진 곳이 바로 부산이기 때문에 밀면도 바로 그런 아픈 상처 속에서 탄생한 음식이었다.

전쟁 중에 전국 각지에서 부산으로 몰려온 피난민들은 대개 산꼭대기나 바닷가 근처에 집단 거주지를 형성하였다.

그 대표적인 거주지가 중구 영주동과 동광동 산꼭대기이고, 그 외 영도 신선동과 청학동 산꼭대기나 우암동 산꼭대기, 서구 감천동 산꼭대기도 대표적인 피난민 주거지였다.

밀면은 바로 이 피난민 주거지에서 발생한 음식이다.


이북 출신의 피난민들이 북한에서 먹던 냉면을 만들고 싶었는데, 전쟁통에 냉면 재료인 메밀과 전분이 모자라자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밀가루에 전분을 섞어 밀가루 냉면을 만들어 보았다.

초기의 밀면은 밀가루로만 만들었기 때문에 면발이 뚝뚝 끊어지고 쫄깃함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 당시 부산 사람들은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국수와 우동을 즐겨 먹었지, 다소 질긴 듯한 냉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몇 차례의 실패 끝에 밀가루와 전분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면을 만들어 보았는데, 그렇게 만든 면이 국수보다 쫄깃하면서도 냉면보다 덜 질긴 맛을 내었던 것이다.

그래 탄생한 것이 부산 밀면다.

진주 밀국수 냉면

물론 전쟁에의한 피난민설이외에도 진주 밀국수 냉면 유래설도 가지고 있다.

예전부터 진주에는 멸치로 국물을 낸 밀국수 냉면이 있었는데

1925년 경남 도청이 진주에서 부산으로 이전 하면서 진주의 밀국수 냉면이 부산으로 와 부산 밀면으로 정착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난민에의한 탄생설이 지배적이다.


부산 밀면은 재료의 차이가 있을 뿐, 기존 냉면과 모습이 비슷하다.

밀면의 종류도 물 밀면과 비빔 밀면으로 나뉘어 있고 먹는 방식도 냉면과 비슷하다.

다만 비빔 밀면에는 홍어나 가오리 대신 돼지고기가 얹어져서 나온다.


전쟁의 상흔 속에서 태어난 밀면이지만, 이제 밀면은 부산을 대표하는 서민적인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냉면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밀면은 여름 땡볕을 잠시나마 잊게 만드는 고마운 음식으로 부산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고구마 전분이 들어간 쫄깃한 면발의 내호냉면


고 이영순 씨는 1919년부터 함경남도 흥남시 내호리 내호시장에서 동춘면옥이라는 상호를 걸고 냉면을 팔았다.

한국 전쟁 때 1.4 후퇴로 부산 남구 우암2동에 피난을 와서 내호냉면으로 가게를 내고, 이 씨의 딸인 고 정한효씨 역시 냉면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중 당시 미군 보급품으로 제공됐던 밀가루를 이용해 밀면을 만들었다.

1984년부터는 정씨의 며느리인 이춘복씨가 가업을 잇고 있다


부산 우암동의 내호냉면 집이 밀면의 발상지인데 멀리서도 쉽게 내호냉면 집을 찾을 수 있도록 건물 위에 간판도 설치를 해 놨다.

간판을 보고 우암시장 작은 골목으로 찾아 가면 된다.  

부산 밀면의 발상지.. 내호냉면 집.

1대 사장 할머니가 가게을 옮기지 말라는 유언을 하셔서 그 유명세에 비해 식당 내부는 그리 넓지 않다.  

하지만 본관,별관,2층 이렇게 많은 공간을 마련하여 최대한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게끔 해 놨다.

여러 방송국과 언론에서 취재를 해 간것 같다.

특히 허영만 선생님이 취재를 하고 간 내용이 눈에 띈다.  

요금은 선불.

주차장은 근처 아신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확인증을 받아가면 된다고 한다.


자리에 앉으면 오래된 양은 주전자에 육수를 내어 온다.

구수하면서도 다른 잡맛이 없는 깔끔한 맛이 좋다.

밀면 육수는 냉면 육수를 그대로 사용한다고 유사장은 이야기 한다.


일반적으로 밀면 육수는 일주일, 10일, 보름치의 진국을 한꺼번에 빼놓은 뒤 물을 섞어 희석해서 내지만 이 집에서는 3~4시간 달인 한우 사골 육수를 급랭시켜 밀면 육수로 바로 사용하고 있다.


고구마 전분이 3분의 1이 들어갔기 때문에 면발이 쫄깃하다.

독특한 것은 물 비빔 구분할 것 밀면을 낼 때는 이춘복 여사장이 조물조물 주물러 낸다는 점이다.

반찬은 딸랑 무 하나.

어떤 곳을 가면 깨를 폭탄처럼 많이 뿌려나서 조금 거슬릴 때도 있는데 이곳은 적당하다.

그리고 다른 냉면집이나 밀면집과 달리 양념장이 약간 덩어리 진 다데기 형태에 가오리가 들어가 있다.

찰진 면발과 새콤 달콤 구수한 육수 맛이 어우러진 밀면 맛.


이제는 볼 수 없는 밀면의 대중화를 이룬 가야밀면


내호냉면이 독자적인 행보로 그 맥을 이어간다면 밀면의 대중화를 일으킨곳은 가야 밀면이다.

부산의 밀면을 정말 유명하게 만들었던 집이다.

부산의 밀면집은 대개 가야밀면이라는 상호가 많이 붙여져 있다.

포스팅에 보통 해운대 가야밀면이나 남포동 가야밀면이 많이 올라온다.

그만큼 이 가야밀면 집의 유명세가 대단 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 유명세를 유지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한참 여름시즌에는 신관 바로 옆 본관까지 사람들로 가득차 골목까지 줄을 설 정도로 미어터져 주문을 코인으로 구입해야 했던 곳.

육수는 특유의 향과 그런저런 맛의 육수에 간장 맛이 강하나는 내호냉면보다는 조금 더 맑은 육수에 양념장 그리고 돼지고기 편육, 달걀, 오이채가 고명으로 올라간 밀면이다.


아쉽게도 이 지역 재개발로인해 문을 닫았다.

이전에 대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한자리에서 환갑을 넘긴 닭육수, 개금밀면


부산 밀면 집 소개에서 빠져서는 안될 개금동, 개금밀면.

이곳 개금밀면 집은 부산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엄청 유명한 밀면 집이다.

이른바 '개금식'으로 통하는 밀면의 원조 집이다.

개금시장 입구로 올라가다 보면 개금신발 가게가 보이는 데 그 골목으로 들어 가면 된다.   

부산 밀면의 인기를 증명하듯 점심시간에 맞춰가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워낙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점심시간을 조금 지나서 가도 내부는 밀면 먹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식당 입구에서 먼저 주문을 하고 자리로 안내를 받는다.

자리에 앉아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오는 것이 1966년 창업 명판.

밀면 하나로 60년을 넘긴...

몇해전에 리뉴얼 공사를 해서 내부 인테리어는 생각외로 세련된 모던스타일이다.


여느 밀면,냉면집과 마찬가지로 반찬은 새콤한 무김치 하나, 그리고 겨자.

다른 밀면집과 달리 닭고기를 이용해 육수를 내어서 식초나 겨자를 넣지 않고 육수 맛을 보면 더욱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다.  

또 한약재 향도 조금 느껴진다.

고명은 계란과 오이, 손으로 잘게 찟은 돼지고기를 고명으로 올려 준다.

기름기를 쫙 뺀 돼지고기를 보들보들하게  하여 손으로 잘게  찢어 놨기 때문에 닭고기로 오해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고 한다.

쫄깃한 면발과 돼지고기 고명을 함께하여 한 입 먹으면 이곳을 찾는 이유를 알게 된다.


서비스 방식은 백화점이나 마트의 푸드코너와 같이 셀프서비스로 바뀌었다.

심지어 육수도 셀프~

차로 찾아가기도 쉽지 않고 주차도 불편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것이 현명하다.


최고의 밀면 맛으로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부전동 춘하추동.


식당 내부는 깔끔하게 잘 관리되고 있다.

1층 말고 2층에도 많은 좌석이 있는데 한참 여름 시즌에는 시원한 밀면 한그릇 맛 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 바로 춘하추동이다.

물과 육수가 셀프서비스는 아니고 종업원이 육수를 서브해 준다.


춘하추동 밀면.

맑은 육수에 달걀지단,오이,양념장,수육,달걀 이렇게 올려져 있다.

춘하추동은 한우뼈와 여러 한약재를 같이 우려내어 육수를 만들고 있어육수의 빛깔은 거무스름하고 한약재의 맛과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육수와 딱 어울리는 춘하추동 집의 저 양념장은 걸쭉하면서도 매콤달콤한 기본장에 양파다진 것이 꽤 많이 들어가 있어 나중에 면과 함께 먹을때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참 좋다.  그

육수 외에도 고명으로 올라온 돼지고기에서도 한약재 향인지  춘하추동 집의 특유의 향이 배어 있다.

탱글하고 쫄깃한 밀면의 식감이 딱 좋다.

사람들의 입맛이라는것이 서로서로 다 다르니 어느집이 제일 좋다고 말하기가 좀 그렇지만 부산의 여러 밀면집중 춘하추동의 밀면 맛이 제일 좋다고 평이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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