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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Aug 19. 2018

제주의 음식 12 흑돼지구이

; 토종 제주 똥돼지(?)VS 개량 흑돼지 VS 백돼지

언제부터인가 제주를 떠 올리면 흑돼지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삼겹살이 불판에서 구워진건 그리 오래되지 않지만 제주에서 해산물을 제치고 당당히 선두자리에 자리메김해 있다.


사람의 인분을 먹여서 사육했던 토종 똥돼지는 사람의 인분을 받아 먹는 돼지라는 인식 때문에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지만 인분냄새가 나지않는 위생적 화장실을 유지할 수 있었고, 돼지는 인분이 변질되기 전 곧바로 먹이로 섭취하기 때문에 인분에 포함된 미생물과 유산균 등이 돼지의 면역력을 강화시켜줬다.

1970년 대 후반부터는 돼지사육의 방법이 개선되어 돗통(제주도 화장실)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돼지를 키우는 사례가 거의 없어졌다.


똥돼지로 불렸던 이 흑돼지도 토종 돼지는 아니다.

개량흑돼지다.

한반도에 토종 돼지는 없다.

열등하여 도태되었다.

토종이라며 파는 흑돼지는 버크셔의 잡종이다.

일제가 버크셔를 한반도에 보급하였는데, 여러 이유로 종자 관리가 안 되어 잡종이 된 것이다.

어쨌든 현재의 흑돼지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주에서 먹는 돼지가 전부 흑돼지 일까.

제주의 돼지 사육마릿수는 56만6705마리(2016년말 현재)이고 그 중 15%내외가 흑돼지다.

제주축협공판장 도축장에서 도축되는 하루 도축두수 3000~3500정도 되고 그 중 흑돼지는 약 500마리정도다.

그럼 흑돼지 삼겹이나 오겹은 얼마나 될까.

120kg 돼지에서 약10kg의 삼겹(오겹)살이 나오니 이 중 해외수출, 육지로 들어오는 양, 농협등 대형마트와 일반 정육점으로 가는 양을 계산 한다면 흑돼지가 아니라 제주에서 키운 모든 돼지로 현재 고깃집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실제로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70%정도가 외부에서 고기형태로 들어오거나 제주에서 외부 돼지를 도축해 고깃집으로 나간다고 한다.


그러니 제주가면 무조건 제주 똥돼지를 먹어봐야 한다는 말은 실제 불가능에 가까운것이다.

결국 제주 백돼지와 육지 돼지를 현지에서 먹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보통 털 색을 보고 구분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말이 안된다.

이유는 도축방법이다.

2012년 1월~8월 기준, 탕박도축은 96.2%인 반면 박피도축은 3.8%다.

압도적으로 탕박도축이 많다.


박피는 글자 그대로 돼지의 가죽을 인력이나 기계적으로 벗기는 작업방식이다.

방혈이 끝난 돼지의 머리 및 발을 절단한 후 다리 안쪽과 복부를 박피기에 물릴 만큼 가죽을 벗긴 다음,

박피기에 물려서 작업하고, 가급적 가죽에 상처를 내지 않고 지방이 부착되지 않도록 하여 껍질을 벗긴다.

이에 반해 탕박은 도축과정에서 돼지를 뜨거운 물에 담그거나 물을 분사하여 털을 뽑는 작업방식으로 방혈이 완료된 돼지를 가온된 탕박조에 넣어 탈모가 잘 되도록하여 탈모기를 이용하여 털을 뽑아내고 잔털이 남은 경우는 가스 불꽃으로 태운다.

그러니 털색이야 모두 검을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제주 전통 흑돼지는 있을까?

현재는 여러 기관에서 돼지의 형태와 유전적 조사를 통해 재래돼지의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5년 3월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어떠랴.

음식이든 술이든 분위기로 먹는것인데……


제주시에는 걸출한 흑돼지구이집들이 즐비하다.

전통 강호인 흑돈가, 돈사돈, 칠돈가, 늘봄등 대형화, 프랜차이즈화한 오겹, 삼겹구이집들과 

비쥬얼로 승부를 보는 1.6m 꼬치구이 해오름식당, 돌담집,

양념구이로 유혹하는 두루치기, 태광식당, 용이식당, 도가촌, 광동식당, 나목도식당...


일일히 내용을 실을 수 는 없고 오랜시간 도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을 몇곳 소개 하자면...

제주 북부의 어사촌도야지, 서문뒷고기, 이서림, 

남부의 해운대식당, 

서부의 웃뜨르우리돼지정도.


어사촌도야지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흑돼지 전문점으로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산속, 밤길이 조금 무운곳에 자리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흑돼지집이다.

두께 감이 좋고 중량을 잘 지켜 신뢰가 가는 집으로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한다.

애월, 어사촌 도야지.

다만 깊이 있어서 차량은 필수죠.

흑돼지도 흑돼지 등급 나름이지만, 이 집 목살 마블링으로 보아 괜찮은 고기를 쓰는 것 같고 두께 감으로 인한 맛도 풍부한 편이다.

찌개는 해물이 들어간 된장찌개가 시원 칼칼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울만하며, 김치찌개는 기대에 못 미친다.

푸짐하게 흑돼지를 먹고 여기에 주류와 된장찌개, 밥을 따로 주문하면 셋이서 모두 7~8만원선.

가격대비 고기 품질 우수한 곳.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2473-4, 064-799-5559


이서림


이곳은 사실 찾기가 좀체 쉽지 않다.

도로변에 있는 듯이 보이지만 대도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주시 칼호텔 정문에서 맞은편에 보면 내리막길, 거길 따라 쭈욱 내려가다 보면 이서림을 찾을 수 있다.

제주도 돼지고기집은 어딜 가더라도 맛있지만 그래도 우열은 존재하는 법.

보통 얇은 돼지고기만 먹던 제주에서 몇해전부턴 두꺼운 돼지고기인 근고기가 제주 전역을 강타하면서 근고기를 파는 많은 가게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한동안은 근고기만 먹어서 그랬는지 이서림에서 돼지고기가 색다르다.

메뉴는 오겹살, 가브리살, 항정살, 흑목살과 김치찌개 등

고기는 한입에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나와서 누군가 가위를 잡아야 하는 희생을 굳이 강요하지 않아서 좋다.

단골분들은 이 집 사장님을 어머니라고 부르고, 술이나 반찬도 직접 꺼내서 먹는다.

알아서 셀프.

반찬도 참 정갈하게 나오고,..

다만, 국수 맛은 조금 아쉬움...

뭐, 그래도 돼지고기만 맛있으면 그 본연의 임무는 충분히 다한 것이니.

매주 일요일은 쉬고, 오후 5시에 문을 연다.


위치는 제주시 남성로 26길 42, 064-724-0058


서문뒷고기


옛날의 향수 어린 골목집

뒷고기는 과거 돼지를 잡아먹던 시절, 고기를 손질하다가 맛있는 부위를 슬쩍 뒤로 빼돌려 먹거나, 깨끗하게 손질된 고기의 나머지 자투리 부분의 고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제주산 돼지고기를 사용한 두루치기인것 같은데, 다른 음식점과 틀린 점을 억지로 찾는다면 밑반찬이 간결하다는 것밖에 없다. 

사실 고기를 파는 집에 밑반찬이 화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두루치기는 고기의 맛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야채의 질과 야채에 버무려지는 양념이 맛을 좌우하게 된다.

콩나물과 무채에서 나오는 시원한 맛이 고기의 느끼함을 없애주고 상큼함 맛을 느끼게 해주는데, 그런 맛을 느끼는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

이곳의 두루치기는 끼니를 때우기 위해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술안주로 많이 찾는 까닭에 부득이 밥공기를 따로 계산한다.

흑돼지오겹살+흑돼지두루치기+김치말이국수 해서 25,000원


위치는 제주 퍼시픽호텔 건너편 하이마트 옆. 제주시 삼도2동 821-2, 064-757-5733


해운대가든


서귀포에서 횟집이 아닌 고깃집을 소개해 달라하면, 사실 잠시 머뭇거린다.

상대적으로 횟집이나, 해물관련 맛집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잠시 고민에 빠지곤 한다.

사실, 소고기집, 돼지고깃집, 곱창집…다 있지만, 아무래도 제주는 역시 사면이 바다인 섬이라 해산물에 무게가 실리는게 당연하다.

또한, 서귀포라면 제주시에 비해 음식점수도 적기에…

제대로된 흑돼지에 숯불구이를 하는 제법 오랜 시간을 그 자리에서 꿋꿋이 지키는 집, 해운대 가든.

위치는 외돌개 부근…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일단 자세 나온다.

고기 자체의 평가는 제주산 흑돼지 특유의 쫄깃함과 단백함이 배어 나오고 있다.

물론, 기본찬에서 조금 밀리지 않나 하지만, 역시 흑돼지 구이집인지라… 본 메뉴의 맛에서 모든 일설을 일축한다.

안쪽으로 들어오면, 봄, 가을 야외 바비큐 느낌과 멀리 바다로 보이는 경치에 흠뻑 젖어 볼 수 있는 40년 이상 대물림 흑돼지 구이집…

위치는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외돌개 가는길 서귀포 여고 지나서 500m. 서귀포시 호근동 431-8,

064-739-7347


웃뜨르 우리돼지


지금 제주에서 유통되는 돼지고기의 70% 정도는 폴란드 등 외국에서 수입한 고기들이라 한다.

한데 식당이나 정육점마다 ‘외국산’은 볼 수 없고 모두 제주산이라 써놓고 있다.

그 많은 외국산 고기들을 어디로 간 것인지?

숙이네 농장에서 친환경적으로 키운 흑돼지만을 엄선해서 내놓는 웃뜨르 우리돼지는 정직해서 좋다.

이 집의 주방에는 냉동고가 아예 없다.

늘 신선한 고기만 손님 상에 내놓는다는 얘기.

흑돼지의 생산량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모듬구이를 주문하면 매일 똑같은 구성이 아니라 그날그날 달라진다는 점도 이 집의 특징.

오히려 믿음이 가게 하는 변덕이다.

원래는 제주시 연동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건물주가 새로운 신축건축을 한다고 2년여의 짧은 운명을 뒤로하고 내륙으로 들어 왔다.


제주 제주시 한경면 연명로 2, 064-772-5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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